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다” 현수막을 들고 증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학부 신입생을 매년 400명씩 총 4,000명 더 뽑기로 하면서 이과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약학대도 학부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하면서 고교생의 이과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초·중학생 사이에서는 상위권 일반고와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인기가 올라갈 전망이다.
종로학원 하늘교육은 23일 “한 해 증원되는 인원(400명)이 현재 의대 모집인원(2,977명)의 13.4% 수준이어서 입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며 “전국 38개 의대 평균 모집인원이 78명인 점을 고려하면 의대 5개를 신설하는 효과”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2022학년도부터는 약대가 편입생이 아닌 학부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정원 내 1,583명)이어서 의·치·한의대와 수의예과, 약대 등 의학계열 전문학과 선발 규모가 약 4,800명에서 6,800명으로 2,000명가량 늘어난다. 이에 따라 초·중학교에서부터 이과 선호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시행된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재수생들의 입시 참여를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3 학습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에서 의대 정원까지 늘어나 재수 선호 현상도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의학계열은 수시·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학년도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거나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등 수능성적을 반영해 뽑는 인원은 38개 의대 모집인원의 86.8%(2,583명)에 달한다. 정시 선발 비중은 37.9%(1,128명)다.
종로학원 하늘교육은 “자연계 최상위권 모집정원이 크게 늘면서 의학계열 합격선과 자연계열 최상위권 일반학과 합격선이 동시에 하락하는 등 이과 입시 판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현 중3 사이에서도 상위권 일반고, 특목·자사고 선호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