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과 하나은행 본사 전경.
하나금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8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뒀다. 초저금리, 사모펀드 사태 등 악재에도 비은행·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을 끌어올렸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출 부실 가능성이 큰 만큼 대손충당금도 2배 이상 쌓은 가운데 하나금융은 호실적과 건전성 관리를 바탕으로 15년째 이어져 온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3,446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1,401억원 증가해 지난 2012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2·4분기 기준으로는 6,8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시장전망치(6,170억원)를 웃돌았다.
비은행과 글로벌 부문에서 수익을 내면서 시장의 우려를 뒤엎고 ‘깜짝 선방’을 이뤄냈다는 게 하나금융 측의 설명이다. 비은행 부문 상반기 순이익이 4,079억원, 글로벌 부문이 1,69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순이익에서 각각 25%, 8.5%를 차지한 데서 올해 4~5%가량 비중이 확대됐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대손충당금 적립도 눈에 띄게 늘었다. 2·4분기에만 4,322억원의 충당금 등 전입액을 적립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전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2배가량 증가한 5,252억원이다. 상반기 그룹의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 비율 역시 전년 동기보다 20.4%포인트 늘어난 126.8%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에 대한 완충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1·4분기에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낮은 수준(107.5%)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상반기에 이 비율을 상당폭 끌어올린 것이다.
하나금융 이사회가 금융당국의 우려에도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대신 1주당 중간배당액은 전년과 동일한 500원이고 배당성향은 10%로 지난해 상반기(12%)보다 줄었다. 배당액 총규모는 1,460억원으로 이 중 900억원가량이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상반기 글로벌 부문 순이익(1,695억원)이 이보다 더 크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 측은 “은행의 자금공급 능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중간배당 재원은 은행이 아닌 비은행·글로벌 부문 이익에서 마련한다”며 “대규모 이익을 거둔 올 상반기에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으면 창사 이후 꾸준히 지켜온 배당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되고 신뢰도도 하락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주력 그룹사인 하나은행은 2·4분기(5,074억원)를 포함해 상반기 1조6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늘었다. 은행의 연체율은 전 분기 말과 동일한 0.21%를, NPL 커버리지 비율은 120.9%를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1,725억원)와 하나카드(653억원), 하나캐피탈(371억원) 등 계열사도 신용카드 수수료, 투자일임 및 운용 수수료, 증권 중개수수료 등에 힘입어 실적개선을 이뤘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