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3일 ‘국가채무의 국제비교와 적정수준’ 보고서에서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5.4%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를 넘은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적정 국가채무비율을 넘은 수치다. 한경연은 1989년부터 2018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경제성장률과 국가채무비율의 관계를 분석해 성장률이 가장 높을 때의 GDP 대비 ‘적정 국가채무비율’을 추정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적정 국가채무비율은 4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기축통화국 여부와 대외의존도에 따라 적정 비율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기축통화국의 GDP 대비 적정 국가채무비율은 97.8~114%인 반면 비기축통화국의 적정 수준은 37.9~38.7%로 약 3배 가까이 차이 났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14개 국가의 적정 국가채무비율은 41.4~45%로 추정됐다.


비기축통화국이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일본·영국 등 기축통화국은 빚이 많아도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어 국가부도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한경연은 “비기축통화국이 만성 재정적자에 빠지면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고 환율이 불안해져 자국 화폐와 국채가 외국 투자자들의 기피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또 “이런 상황에서 국채를 발행하면 인플레이션과 환율 급등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놓일 수 있어 국가채무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대내외 환경 변화가 수출입에 큰 영향을 미치고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채무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 기준으로 보면 2018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06.5%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만 합산해 국가채무비율을 계산하지만 국제 기준으로는 공기업 부채와 연금 충당 부채까지 합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비금융공기업 부채 비율은 20.5%, 군인·공무원 연금 충당부채는 49.6%로 관련 통계가 존재하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 국가 채무는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한경연의 관측이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대부분의 공기업 부채가 국책사업으로 발생해 부실이 생기면 정부가 지원할 수밖에 없다”며 “군인·공무원 연금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적자 폭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연금충당부채도 국가채무에 포함해 국제 비교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 실장은 이어 “현 정부 출범 4년 만에 국가채무가 213조원 증가했다”면서 “강제성 있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고 이를 감시하는 독립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영국처럼 예산결산위원회를 예산위원회와 결산위원회로 분리해 예산집행 과정을 감시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