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이 21개월 만에 800선을 회복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시세판 밑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성형주 기자
코스닥지수가 21개월 만에 800선을 넘어섰다. 미중 갈등 심화, 기대 이하의 경제성장률 쇼크에도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84%(6.7포인트) 상승한 801.69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800선을 넘은 것은 지난 2018년 10월1일 이후 1년 9개월여 만이다.
이날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중국 영사관 폐쇄 조치로 미중 간 외교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이날 발표된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실제로 이날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 가운데 하락한 종목이 853개로 상승한 종목(413개)의 두 배 이상 많았으며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전날보다 0.56%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투자가들의 매수세가 지속되면서 장 초반 약세를 보였던 코스닥지수를 상승으로 이끌었다. 외국인들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499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사흘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개인투자자들은 장 중 내내 순매수세를 보였지만 장 후반 차익 실현 매도 물량이 늘면서 순매도로 이날 장을 마감했다.
특히 코스닥지수가 800선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바이오·제약 업종의 초강세에 힘입은 바가 컸다. 주가가 10% 이상 고공 행진을 한 종목 30개 중 14개가 바이오·제약·의료기기 종목이었으며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던 4개 종목(랩지노믹스(084650)·경동제약(011040)·신일제약(012790)·신신제약(002800))도 모두 바이오·제약 관련 종목들이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도 바이오·제약 업종에 집중됐다. 외국인들의 순매수 금액이 가장 많은 상위 20개 종목 중 8개가 바이오 관련 종목이었다. 순매도세로 장을 마치기는 했지만 개인들 역시 에스티팜(237690)·에이치엘비(028300)·유바이오로직스(206650)·알리코제약(260660)·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EDGC(245620) 등 바이오·제약 관련 주들을 주로 사모았다.
코스닥지수가 800선을 돌파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강력한 지지선이 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번 800선 돌파의 경우 풍부한 유동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으로 바이오 종목에 집중되면서 이들의 힘만으로 지수를 끌어올린 면이 컸기 때문이다. 바이오주들이 단기간 급등한 만큼 개인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본격적으로 나오게 되면 오히려 지수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