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적립형 주택'까지...쏟아지는 반값 아파트 대책

'시기별로 지분 추가 취득 방식'
정부·서울시 공급대책 '만지작'
규모 적고 재원마련 쉽지 않아
추후 가격산정 분쟁 일으킬수도


서울시와 정부가 조만간 발표될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지분적립형 주택’이라는 또 다른 방식의 반값 아파트 카드를 검토하고 나섰다. 분양 초기에는 지분의 일부만 분양해 수요자의 구매 부담을 낮추고, 추후 일정 기간에 걸쳐 시기별로 나머지 지분을 추가 매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방안 외에도 정부와 서울시 등은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 등도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이들 세 가지 방안의 공통점은 반값 아파트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의 부담을 낮추는 것은 동의하지만 ‘집값 안정’이라는 장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오히려 10년 임대아파트처럼 분양가 산정을 두고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지분적립형 주택도 등장했다=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문턱을 낮추기 위한 공공분양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지분적립형 주택 모델을 국토교통부에 제안했다. 이에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인 주택공급 방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제도는 SH공사 등이 공공기관이 공공분양을 할 때 지분 100%를 모두 분양자가 갖는 것이 아니라 최초 40%부터 시작해 20년 혹은 30년의 기간 동안 지분을 추가로 획득해나가는 방식이다. 분양자는 임대료를 내는 것이 아니라 공공 보유 지분에 해당하는 금융비용(이자) 정도를 내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를테면 8억원짜리 분양아파트의 경우 3억2,000만원을 최초에 낸 뒤 4억8,000만원어치의 이자를 납부하다 10년 주기로 시세를 평가해 약 25%의 추가 지분을 매입하고, 30년 뒤 100%를 모두 갖게 되는 방식이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분양자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소 60%, 최대 100%를 제공해준다는 의미다. 최초 40%의 지분 가격은 분양자가 부담하고 60%는 공공이 금융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서울시 측은 지분적립형 모델이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추면서도 현재 ‘로또 청약’으로 상징되는 분양혜택 독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H공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제도의 큰 골격을 갖춘 상태로 분양자가 최종적으로 100%의 지분을 갖는 시기를 20년으로 할지, 30년으로 할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반값 아파트’ 정책=지분적립형 주택은 정부가 앞서 추진하거나 예고한 토지임대부 주택, 환매조건부 주택 등 ‘반값 아파트’의 연장선에 있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공공택지 아파트를 분양받은 소유자가 이를 매각할 때 적정 이율만 곱해 공공기관에 매각하는 조건을 달고 분양하는 방식이다. 토지임대부는 토지는 국가나 기관 등 사업시행자가 보유하고 건물만 임대하거나 분양하는 형태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사회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경기도와 고양시·세종시 등에서 매년 사회주택 2,000가구 이상이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들 반값 아파트 정책의 한계다. 우선 이를 위한 재원 마련도 문제이고, 공급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반값 아파트의 경우 결과적으로 사업 시행자인 공공기관이 부담을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분 소유권 전환 시점의 전환가격 산정 문제도 있다. 공급 물량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연구위원은 “공급 방식을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10년 임대아파트가 분양 전환가를 놓고 갈등을 일으켰듯 또 다른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어 제도 시행 전 이에 대한 보완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박윤선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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