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23일 여권 일각에서 남북관계의 걸림돌로 지목한 한미 워킹그룹에 처음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주목된다.
다만 이 후보자는 한미 워킹그룹과 별개로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할 의지를 거듭 밝혀 향후 한미 관계에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개최한 인사청문회에서 ‘한미워킹그룹은 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대북제재를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기능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제재 영역이 아닌 인도적 협력은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추진할 수 있다”며 “나아가 인도적 협력에 해당하는 부분은 교역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앞서 지난 21일 남북 회담본부에서 열린 기자회에서 북한의 금강산 물, 백두산 물, 대동강 술을 남측의 쌀·약품과 맞바꾸는 방식 등 물물교환 등을 통한 남북교류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후보자는 개별관광에 대해서는 “한미워킹그룹에서 어디까지 논의됐는지 확인 못 해 드린다”며 “코로나 19 이전 (기준으로) 고려하면 가능한 길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친북성향 학생운동단체인 전대협 출신의 이 후보자에 대한 사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포문은 탈북자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열었다. 태 의원은 “후보자는 언제 어디서 주체사상을 버렸느냐,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라는 공개선언을 했느냐”는 질문으로 이 후보자의 사상 문제를 쟁점화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전향이라는 것은 북에서 남으로, 혹은 남에서 북으로 간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건 아무리 청문위원의 질문이어도 온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북에서는 사상 전향이 명시적으로 강요되는지 몰라도 남은 사상 및 양심의 자유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사상전향의 여부를 묻는 것은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태 의원이 주체사상을 버렸는지를 거듭 되묻자 이 후보자는 “사상 검증과 전향을 강요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상전향을 강요하는 것은 북과 남쪽의 독재정권 시절이었다”고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박 진 통합당 의원도 ‘전대협의장이 밝힌 입장’이라고 쓰인 문건을 제시하며 이 후보자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박 의원은 문건에서 ‘혁명의 주체는 수령, 당 대중의 삼위일체된 힘’이라는 구절에 대해 이 후보자가 동의하는지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제가 읽은 내용일 수는 있지만 동의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또한 해당 문건에서 ‘이승만은 괴뢰정권’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을 문제가 있다며 “이승만 정권은 괴뢰정권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괴뢰정권으로 단정할지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남아있다고 본다”고 말을 아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