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emiratesmarsmission홈페이지
한 번 실험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가는데 열 달 동안 열 번을 시도해 모두 실패한 사업이 있다고 하자. 당신이 투자자라면 그런 사업에는 돈을 대지 않을 것이다. 열 번의 실패 끝에 두어 번 성공하는가 싶더니 다시 열네 번을 내리 실패했다면 어떨까. 만약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그런 일을 하고 있다면 국민이자 납세자인 당신은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서는 용납하고 오히려 지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나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이라면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제발 해보라며 격려하지 않겠는가.
앞서 말한 처참한 성공률의 기록은 인류의 달 탐사 초기 성적이다. 루나2·3호를 달에 보내기 전까지 실패한 달 탐사선이 열 대나 되고, 그다음 레인저7·8호가 달을 방문하기 전까지 다시 열네 번의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처음으로 달에 인공물체를 보내려 시도했던 1958년부터 아폴로11호의 우주인들이 달에 도착한 1969년까지 11년간 달 탐사 성공 확률은 3분의1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후반부에 아폴로 시리즈가 연달아 성공하면서 끌어올린 게 그 정도다.
지난 2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화성 탐사선 ‘아말’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이르는 여정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오는 2021년 2월 화성 궤도에 도착해 그곳의 대기와 날씨의 변화를 관측할 예정이다. 아말을 통해 우리 인류는 화성이 태양 빛을 받는 동안 표면 부근의 대기가 어떻게 변하고 순환하는지, 계절이 바뀔 때 기후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화성을 만나지 못하고 지나쳐 가 버릴 수도 있고, 잘 도착했는데 기기나 통신에 문제가 생겨 어떤 데이터도 얻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 옴란 샤라프는 “실패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지식과 역량이 중요하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1960년대 초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연상케 한다. “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다”고 선언하며 그것이 국가의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을 강조했던 그 말은 6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우주 탐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실 UAE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주된 목표는 우주 탐사 시대를 열어나갈 과학기술자의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 각급 학교에서 우주과학과 천문학을 가르치고, 학교와 연구 현장을 연결하는 다양한 네트워크 활동을 구성해 여러 연령대의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우주 탐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전문가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해서는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우주 탐사 경험이 많은 해외 전문기관에 적극적으로 자문과 조언을 구했다. 그 덕분에 인적 기반도, 과학기술 경험도 부족한 상태로 우주 탐사에 뛰어든 지 불과 6년 만에 화성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발사할 수 있었다.
화성 과학 도시 상상도/adsttc홈페이지
오늘날 UAE의 어린 학생들은 아말을 비롯한 자국의 우주 탐사 경험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자랄 것이고, 그중 누군가는 10년 뒤, 20년 뒤에 막강한 과학자·기술자·공학자가 돼 한 번쯤 세상을 뒤흔들지 않겠는가. UAE는 이미 한 세기 앞을 바라보고 있다. 2117년까지 화성에 스스로 지속 가능한 인류 정착지 ‘화성 과학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다.
아말에 이어 미국의 퍼시비어런스와 중국의 톈원1호도 곧 화성으로 떠난다. 우리나라는 왜 아직도 화성 탐사를 못 하느냐고 화를 내지는 마시라. 우리도 새로운 우주 탐사 시대를 함께 이끌어갈 수 있다. 지금 준비 중인 달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얻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화성이나 소행성에도 새로운 탐사선을 보내고, 여러 나라가 함께하는 국제협력 우주 탐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된다. 장기적 시각의 인력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 그 과정에는 성공만 있지 않을 것이다. 부분적인 성공도 있을 것이고, 완연한 실패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러 나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그 길에 함께할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지식과 능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을 쓴 작가 J R R 톨킨은 방황하는 자가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 자크 라캉은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고 했다. 방황은 우리로 하여금 목표를 이루게 한다. 실패도 성공의 일부라는 점을 기억하며 스스로의 길을 걷자. 걸으며 때로는 방황도 하자. 그러면 우리는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방황하며 쓸어낸 길은, 일부러 갈지(之)자로 오가며 쓸어낸 길처럼, 넓은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