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내가 특사가 돼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검증, 가족 의혹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부 야당 의원들과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경색된 남북관계 문제와 관련해 특사로 평양에 방문할 의사가 있느냐”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주저하지 않겠다”며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 전면적인 대화 복원부터 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한 조태용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는 “주둔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이) 정리되고 있다”고 답했다.

2018년 판문점선언 등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동의했다. 북한과 여권 일각에서 남북관계의 걸림돌로 지목한 한미워킹그룹에 관해서는 “대북제재를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기능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안보관과 아들·아내 의혹과 관련한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통합당 의원과의 논쟁이 큰 관심을 끌었다. 태 의원은 “나는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며 사상 전향을 검증했는데 이 후보자는 언제 사상 전향을 했는지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사상 전향이라는 것은 태 의원처럼 북에서 남으로 온 분에게나 해당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태 의원이 남쪽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태 의원이 또 “1980년대 북한에서는 남한에 주체사상 신봉자가 많다고 했다”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조직 구성원들은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에서 해방하기 위한 충성 교리를 다진다고 했다더라”고 질문을 던지자 “주체사상을 신봉한 일은 내가 아는 한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태 의원이 “북한의 가짜뉴스였다는 말이냐”고 묻자 “과장된 얘기”라고 말을 돌렸다.

또 다른 탈북민 출신인 지성호 통합당 의원은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 중 일부의 사진을 띄우며 이 후보자에게 누구인지를 묻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잘 알지 못한다”고 답하자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북한에 억류된 국민도 모르느냐”고 질책했고, 이 후보자는 “오늘 배우겠다”고 답했다.

아들의 병역면제 사유에 대해 “일상적 생활은 가능하지만 무리하는 부분이 어려워 군에서 그렇게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김석기 통합당 의원이 아들이 무거운 짐을 드는 장면을 제시하자 “수십㎏이 나간다는 관측은 과하다”고 반박했다. 아들의 진료기록을 모두 내라는 김기현 통합당 의원의 요구에는 “아버지 된 입장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