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 죄송하다" 면서도...'朴정부·유동성 탓' 이라는 김현미 (종합)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집값 상승폭 묻자 "11%"... 안일한 현실인식 논란
수도권 주택 공급부족 문제도 과거정부로 책임 돌려
경제부처 수장들 '내로남불' 답변에 野 질타 쏟아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윤영석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최근 급등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사실상 23번의 대책에도 집값을 잡지 못한 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행정부를 책임진 정세균 국무총리도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의 원인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전 세계에 과도하게 풀린 통화량(유동성) 탓으로 돌렸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은 부동산 분야에 집중됐다. 미래통합당은 첫 질의자로 나선 5선의 서병수 의원은 물론 윤영석·류성걸·김희국 등 다선 의원이 김 장관을 질타하는 질문을 쏟아냈다.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나와 “부동산 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 김 장관은 이날 급등하는 부동산시장에 고개를 떨궜다. 윤영석 의원이 “김현미 말만 안 들으면 몇 억원 번다”며 가격 상승을 질타하자 “집값이 오르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정 총리 역시 “총리로서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김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수장들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이 현 정부의 탓이 아니라는 ‘내로남불’ 답변으로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저희는 전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규제가 다 풀어진 상태에서 받았다”고 했는데 이날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규제해 2007년 완성돼서 이명박 정부 때 작동해 2014년까지 안정됐다”면서 “(하지만 박근혜 정부인) 2015년 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돼 2015년 대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 최저금리 상황으로 저희가 막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시장의 가격 상승폭을 안일하게 본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 의원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아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11%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곧바로 서 의원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조사를 들어 “52%가 올랐다”고 반박했다. 김 장관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고, 국가 전체 통계는 다르다”고 재반박했다.

정부 부처는 이달 수도권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그린벨트 해제’까지 거론하며 혼선을 빚었다. 하지만 김 장관은 공급 문제 역시 그 원인을 과거 정부로 돌렸다. 김 장관은 또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과거에 비해 인허가, 착공 입주량이 많게는 70%, 적게는 20% 많았다”며 “(다만) 시장에 계신 젊은 세대가 앞으로 공급이 줄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있기 때문에 (공급을) 계속해나가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시에 주택을 공급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오는 2021년에는 공급이 부족하고 2022년 이후에는 늘어난다”며 “(공급이 떨어지는 문제는) 5·6년 전에서 오는 것이고 저희가 준비하는 것들이 2022년 이후에 공급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더욱이 이날 정부 부처 수장들은 다주택자와 고액 부동산에 대한 징벌적 과세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수도권 전역을 죈 대출 규제도 ‘투기세력’을 잡기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비중이 인구 대비 1%, 가구 대비로는 2%밖에 되지 않는다”며 “(세금폭탄이 아니라) 맞춤형 대책을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당인 윤후덕 의원이 나서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를 옥죈다는 취지로 질의하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에 맡기면) 취약계층에 대출을 안 해주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더 나아가 김 장관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투기수요로 보고 “투기수익을 환수할 수 있게 (국회가) 도와달라”고 제안했다.

정 총리는 부동산 가격에 대해 “(현 정부 취임 전인) 3년 전으로 되돌린다는 그런 목표치보다는 현재 수준에서 안정시키고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다각도로 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아닌 현상 유지가 정책 목표라는 것이다. 이는 진성준 의원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안 떨어진다”고 말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발언과 일치한다. 또 야권이 김 장관의 경질에 대해 묻자 정 총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뒷받침하고자 한다”며 일축했다.

한편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행정수도 문제가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즉흥 정책’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정 총리는 “20년 전부터 추진했다”며 “‘민심 수습용’이라고 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구경우·김혜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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