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은 이르면 23일 케이블TV(SO) 자회사인 현대HCN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공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일정 순연 됐다. 이에 따라 24일이나 다음주중 확정 공시 될 가능성이 있다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업계에서는 매각가격 이외에 무언가 새로운 변수가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현대HCN 사옥/사진제공=현대HCN
현재까지는 이번 매각입찰 참가자중 KT스카이라이프가 가장 우세한 입지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측이 희망하는 매각가격은 최소 6,000억원대 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입찰 참가자중 KT스카이라이프가 해당 가격조건에 가장 근접한 것 같다는 게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쟁 응찰자중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제시 가격대는 KT스카이라이프와는 격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에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이 인수될 때 CJ헬로비전 가입고객을 1인당 50만원대 초반 정도의 가치로 보아줬는데 이는 상당히 후하게 가격을 쳐준 것”이라며 “이번 현대HCN 매각에서도 현대는 가입자당 가치를 최소한 CJ헬로비전 사례 수준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KT스카이라이프는 여기에 어느 정도 다가갔고, 경쟁사들은 그보다는 가입자당 가치를 낮게 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위는 KT(KT스카이라이프 포함 점유율 31.52%)다. 다음 순서가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포함 24.91%), SK텔레콤(티브로드 포함) 24.17%다. 따라서 KT가 현대HCN(3.95%)을 인수할 경우 합산점유율이 35%대에 달해 경쟁사들을 10%포인트 이상의 초격차로 따돌리는 압도적 유료사업자가 된다. 반면 LG유플러스나 SK텔레콤이 인수할 경우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KT의 턱밑까지 오른다.
만약 현대HCN측이 매각가격 이외에 다른 변수를 고려한다면 당국의 M&A 허가 여부가 꼽힌다. CJ헬로비전 매각 전례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015년 CJ헬로비전 매각입찰 당시 가장 유리한 가격조건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M&A가 무산됐다. 공정위가 제동을 걸었던 주요 이유는 경쟁제한이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가 이뤄지면 지역에 따라선 유료방송시장의 독점이 일어날 수 있고, 알뜰폰 시장에서도 시장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HCN의 경우 알뜰폰 사업을 하지 않으므로 공정위 등이 향후 M&A심사를 한다면 주로 유료방송서비스의 시장 경쟁 영향을 들여다 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가 유료방송시장 재편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어 과거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 사례와 같은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6월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통해 M&A에 대한 행정절차(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방송통신위원회 사전동의 절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