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이 후보자의 아들과 부인과 관련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관련 언론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본지 보도들을 거론하며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이 후보자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국정농담] 이인영이 또 소환한 '그들만의 정의·평등·공정'
김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 아내의 아들 학교 이사 활동 문제, 학교 설립 이전부터 아들이 예비학생으로 활동했던 문제, 아들이 부정교합으로 신체검사를 연기한 뒤 척추관절병증으로 면제를 받았다는 최초 보도들을 모두 소개한 뒤 “이 후보자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비난했다.
특히 첫 보도들을 중간 단계에서 종합한 ‘[국정농담] 이인영이 또 소환한 ‘그들만의 정의·평등·공정’’이라는 제하 기사의 제목을 언급하며 “조국 프레임을 연상시키는 악의적인 보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기사는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청문회 쟁점과 논란을 정리하고 온·오프라인 상의 반응들을 전달한 보도였다. 김 의원은 이례적으로 청문회장에서 기사에서 본인이 발췌한 개별 문장들을 일일이 읊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학생 땐 민주화 운동에 목숨을 걸었던 전설이었지만 이후엔 널리 알려진 직장 경력 없이 30대 중반부터 정치인이 돼 10억원 이상 자산을 모으고 20년째 정치 거물이 된 그의 삶 자체에 논란이 집중되는 분위기다.’라는 문장을 발췌해 ‘민주화 운동에 목숨을 걸었던 전설이었지만 이후엔 널리 알려진 직장 경력 없이 30대 중반부터 정치인이 돼 10억원 이상 자산을 모으고 20년째 정치 거물이 된 이인영?’이라고 편집한 뒤 “이 후보자가 탐관오리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뉘앙스”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의 재산은 “4선 의원 18명 중 꼴찌에서 5번째”라면서 “이게 국민들 눈높이에 지탄의 대상이냐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본지 기사는 해당 문장 외에 이 후보자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한 의혹을 다룬 내용은 없었다.
김영호 의원은 37세이던 2004년 17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서대문 갑 지역구에 출마하며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17·18·19대 총선에서 3번 연속 낙선한 끝에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입성했다. 21대 총선에서도 ‘서대문 을’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의 아버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서대문·광주 등에서 6선을 지낸 고(故) 김상현 전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 /연합뉴스
김 의원은 이어 ‘각종 의혹 제기 때마다 본인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통일부 대변인실을 앞세워 “악의적 왜곡 주장을 하지 마라”는 말을 반복하며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는 점도 화제가 되고 있다.’라는 문장에서 ‘“악의적 왜곡 주장을 하지 마라”는 말을 반복하며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는 점도 화제가 되고 있다’는 뒷부분의 핵심 내용은 지우고 ‘각종 의혹 제기 때마다 본인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통일부 대변인실을 앞세워’라고 편집한 글귀를 화면에 띄우며 “또 이런 악의적 보도를 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장관 후보자들이 야당 의원의 의문 제기가 본인이 일일이 답변하는 경우가 있느냐”고 이 후보자에게 물었고 이 후보자는 웃으면서 “그러면 청문회장에서 의원님들에게 혼났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19일 오전 해당 기사가 송고된 지 이틀 뒤인 지난 21일 청문회에 앞서 기자들과 약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아들 병역 문제나 유학 문제와 관련해서 큰 의혹은 어느 정도 규명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대를 이어 군대를 면제받고’라는 기사 일부분을 읽으며 “(이 후보자 아들과 관련해서) 마치 권력세습을 통해서 면제를 받았다는 듯한 뉘앙스”라고 풀이하면서 이 후보자와 아들이 어떻게 군 면제를 받았는지 설명했다.
해당 기사에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초대 의장으로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이 후보자 본인은 1988년 11월 수형을 사유로 병역이 면제됐다. 그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집회시위법과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1988년 6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형을 받았다가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됐다.’는 내용이 담긴 최초 기사가 링크돼 있었다. ‘권력’ ‘세습’이라는 표현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문제 역시 청문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라는 예상과 함께 “현역 입대 의지가 있었다”는 이 후보자 측 주장을 실제 병무청 기록을 비교해 검증해보려 한 것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었다.
김 의원은 이날 “(이 후보자 아들의) ‘현역에 입대하고 싶다’, ‘공익이라도 입대하고 싶다’는 자필의 기록이 있는데도 추가로 문제 제기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으나, 해당 기사는 ‘이씨는 자신이 희망하는 병역 형태를 표기해야 하는 신청란에 ‘현역 희망하나 안 되면 사회복무라도’라고 적었다. 병역 의지를 내비치기 위해 추가한 메모라기보다는 서식 자체가 신청서를 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어떤 병종·일자를 원하는지 반드시 볼펜 등으로 적어야 하는 칸이었다. 이씨는 이 칸에 병역 희망 일자는 적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김 의원은 또 기사에서 이 후보자 아들이 졸업한 디자인 교육기관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일명‘파티’)’에 대해 ‘대다수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이 교육기관’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두고 “이것도 정말 바로 잡고 싶다”며 “일반인은 당연히 모르지만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학교”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문위원들에게 “이 자리에 여러분들도 디자인 학교 잘 모르지 않느냐”며 “총 5년의 수업 과정을 통해 학위를 취득한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악의적인 보도”라고 꼬집었다.
본지 취재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자 아들은 ‘파티’가 설립되기 1년 전부터 예비학교에 다니기 시작해 2013년 기관 설립과 동시에 1기생으로 입학했다. 기사에는 ‘이씨는 2017년 2월까지 ‘한배곳’이라는 4년여 간의 교육과정을 마쳤다.’ ‘‘파티’에 따르면 유학 지원은 학생 자율로, 바젤디자인학교의 독자적인 절차에 따라 선발이 이뤄진다. 이씨는 여기서 단 1년 만에 학사 학위를 받고 2018년 10월 귀국했다.’ 등의 문장이 포함돼 있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연합뉴스
‘야당 측에 따르면 이 후보자 측은 애초에 아들이 유학을 다녀온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라는 문장에 대해서도 “우리 당 의원들은 많이 알고 있었고 여당 의원들이 알면 야당 의원들과도 공유하는 것”이라며 “이 후보자가 마치 아들 유학을 보안으로 유지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도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반박했다.
‘해당 교육기관에서 2015년 148만8,000원, 2016년 330만원의 소득도 거뒀다. 이 소득이 어떤 업무에 대한 대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장학금 성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라는 부분에 관해서는 “이 후보자가 이미 다 근거 자료를 제시했다”며 “2015년은 학교 내에서 ‘내 공간 멋지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노동의 대가를 받은 것이고 2016년에도 공정무역포럼 전시제작,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전시 제작으로 받은 것”이라고 이 후보자를 대신해 해명했다. 김 의원의 설명은 그간 언론을 통해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이씨는 그 후 이 학교를 통해 2017년 8월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에 학사 편입생이 돼 유학을 떠났다. 지원 가능한 1기 졸업생 14명 중 2명이 선발됐고 그중 하나가 이씨였다.’라는 문장에 대해선 “이건 정말 말장난”이라며 “졸업생 14명 중 유학 지원은 고작 2명이었다, 이게 팩트”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 의원이 이 후보자에게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이 후보자는 준비해 온 메모가 적힌 종이를 꺼내 들고 송영길 외통위원장에게 시간을 충분히 써도 되는지 물은 뒤 “재산 증식과 관련해서는 부동산·주식 투자 등은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저축된 것”이라며 “국민 세비를 허투루 쓰지 않았던 것인데 그게 문제가 된다면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를 이은 병역 면제’라는 표현에 대해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프레임”이라며 “다른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한 것처럼 부풀리는 문제에 대해 동의할 수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내 아들이 아픈 문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내 아들에게 덧씌워진 누명 같은 것을 달가운 마음으로 청문회에 임하기 어렵다”고 당부했다.
유학 과정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나와 함께 외국 출장 등을 다녀온 사람 중에는 내 아들을 만난 야당 의원들도 있는데 그게 어떻게 숨겨질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고 아들의 학교 소득에 관련해서는 “아들이 학교에서 근로를 하면 그 소득을 돌려받는다 그게 ‘열정페이’보단 낫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의원과 이 후보자 모두 해당 기사의 핵심 내용이었던 이 후보자 아내의 학교 이사 등 교육 과정에서의 ‘부모 찬스’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