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승리의 역사에 가려졌던 중국의 '20세기 춘추전국시대'

[책꽂이-중국 군벌 전쟁]
■권성욱 지음, 미지북스 펴냄


중국 역사에서 오랜 기간 번성한 왕조를 찾기는 쉽지 않다. 땅의 주인이 되기 위한 여러 세력의 쟁탈전이 늘 격렬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전쟁사 전문가 권성욱의 신간 ‘중국 군벌 전쟁’은 청조 멸망 후 20세기 초반의 중국 역사를 다룬다. 전국에서 군벌이 할거한 가운데 삼민주의 혁명 이념 아래 중국을 근대적 국민 국가로 통일하려 했던 쑨원과 군사적 활약상을 중심으로 해당 시대 이야기를 총정리했다.


중국 역사를 기록한 책은 고대부터 숱하게 세상에 나왔지만 중국 현대사는 유독 빈약하다. 특히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조가 사라진 후 1949년 국공 내전에서 공산당이 국민당을 타이완섬으로 내몰고 승리할 때까지의 역사는 거의 공백이나 다름 없다. 오늘날 중국,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을 기록한 책 중 상당수는 신화와 허구가 마구 뒤섞여 역사라고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마오쩌둥은 늘 과도하게 영웅으로 묘사되고, 장제스와 대부분의 군벌은 제국주의와 결탁해 민중의 고혈을 빨아먹은 매판 세력으로 치부된다. 그러다 보니 미국인 저널리스트 에드거 스노가 1936년 공산당 본거지 옌안으로 직접 들어가 마오쩌둥을 만난 이야기를 다룬 ‘중국의 붉은 별’은 서방은 물론 중국에서도 귀한 기록으로 대우받았다.

신간에는 황제가 되고자 한 위안 스카이, 마적 출신이었지만 아편 밀매를 금지하고 교육 보급에 애썼던 동북왕 장쭤린, 민중 계몽가였던 광둥 군벌 천중밍, 반일 민족자였던 중원 군벌 우페이우 등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무명의 군인이었던 장제스가 남방을 무력으로 평정해 국민당의 근거지로 다지고, 북방 군벌 간 분열을 이용해 북벌에 성공하는 과정도 상세하게 다뤄져 있다. 또한 국민당 총사령관이자 노련한 정치가가 된 장제스와 오합지졸 농민 군대를 이끌고 조용히 공산당을 키워나간 마오쩌둥의 대립과 싸움도 당연히 주요하게 서술했다.

책은 1,4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난세를 살았던 각양각색의 인물 군상이 등장한다. 135장의 사진과 도판 자료, 27개의 전황 지도는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해당 시대를 머리 속으로 그려보는 데 도움을 준다. 연대별 주요 사건이 정리돼 있고, 청말과 중화민국 시기 중국군의 계급 제도, 중국군의 시기별 편제 등을 부록으로 담았다. 4만8,0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