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코로나 불황에 빠져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졌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국제적으로 리세션(Recession·경기 후퇴)을 공식화하는 경제 지표다.
한국은행은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47조3,77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5조4,276억원 감소해 성장률(속보치)이-3.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성장률 -3.3%는 외환위기가 급습한 직후인 1998년 1·4분기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한은이 당초 올해 성장률을 -0.2%로 전망할 때 내놓은 2·4 분기 성장률을 크게 하회한다.
2분기 성장률이 -3.3%로 추락하면서 한국 경제는 1·4분기(-1.3%)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960년 경제성장률 통계가 시작된 후 우리나라 경제가 2분기 연속 역성장한 것은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1979년, 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카드대란이 발생한 2003년 등 세 차례뿐이다. 통상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리세션(경기후퇴·recession)’의 신호탄으로 본다. 한은은 이미 2017년 9월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돼 경기하강 국면을 지나고 있는데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가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0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2·4분기 성장률이 추락한 것은 경제의 주축인 수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와 해외 수요 급감으로 전 분기보다 16.6%나 줄었기 때문이다. 이는 1963년 4·4분기(-24%) 이후 56년 반 만에 최악의 수치로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4.1%포인트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부진에 기업의 설비 및 건설 투자도 각각 2.9%, 1.3% 줄었다. 수출이 급감하면서 제조업 성장률도 2·4분기에 -9.0%로 1963년 이후 5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숙박음식업과 운수업의 타격에 서비스업 성장도 1.1% 뒷걸음질쳤다.
다만 민간소비는 정부의 1·2차 추경 및 긴급재난지원금으로 1.4% 늘었고 정부 소비도 1% 증가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당초 전망보다 2·4분기 성장률이 낮은 데 대해 “수출이 예상을 크게 밑돌았고 서비스 부문의 소비 개선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리세션으로 볼 수 있고 코로나19 이전부터 하강 국면인 경제의 하강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0.2%)를 다음달 -1.0% 안팎으로 하향 수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5월 한은은 상반기 -0.5%, 하반기 0.1%, 연간 성장률을 -0.2%로 예상했다. 이미 상반기 성장률은 -0.8%로 전망치를 밑돌고 있다. 올 해 성장률이 -0.2%가 되려면 3·4분기와 4·4분기에 각각 3%대 성장률을 기록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5월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는 2·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자 “2분기가 바닥으로 3분기 성장률은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2분기 GDP 실적은 예상보다 하회했다” 며 수출 감소 등 대외 부문 충격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손철·조지원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