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고 최희석 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파트 입주민 심모(49)씨의 첫 재판이 심씨 측 법률 대리인이 법정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자 또다시 미뤄졌다.

24일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허경호 부장판사)는 이날 진행된 첫 공판기일에서 “구속 사건이라 변호사가 반드시 필요한 사건”이라며 “오늘 (재판을) 진행 할 수는 없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의견 진술 등의 절차를 다음 기일로 미뤘다.

앞서 심씨의 재판은 지난 7일 예정됐으나 심씨 측에서 기일변경을 신청해 17일로 연기됐다. 하지만 심씨 측이 공판기일 직전 다시금 기일변경신청을 제출해 이날 첫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이에 재판부는 “법원 측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심씨는) 6월 12일 기소돼 구속 기간이 8월 11일 1차 만료된다”며 “피고인은 일부러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오해를 없도록 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심씨는 지난 4월 21일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최희석 씨가 자신의 차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때린 이후 지속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은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A씨는 피해자가 범행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피해자를 12분 동안 도망을 가지 못하게 가둔 채 구타한 혐의도 받는다.

또 A씨는 피해자가 사표를 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괴롭히겠다며 협박하고 피해자가 A씨를 경찰에 고소하자 보복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외에 검찰은 심씨가 피해자에게서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을 당해 모욕감을 느꼈다며 허위고소를 했다고 판단해 무고 혐의도 추가했다.

결국 이날 재판은 검사 측이 공소사실만 밝히고 피고인 측 인정 여부를 듣지 못한 채 끝났다. 이에 피해자 최씨의 친형은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 같다”며 “가족으로서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심씨는 재판부에 반성문을 두 차례 제출한데 이어 최근에는 호소문까지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씨 측 법률 대리인은 재판이 끝나고 “왜 사임을 하게 됐느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다음 재판은 8월 21일 오전 10시50분에 진행된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