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많은 기업에 어려움을 줬지만 일부 기업에는 오히려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됐다. 징둥닷컴이 그 대표적인 예다.
징둥닷컴은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e커머스 사업자다. 알리바바가 e커머스 마켓플레이스(3P) 모델의 대표주자인 데 반해, 징둥닷컴은 재고를 직접 떠안고 가는 직매입(1P) 모델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이에 따라 징둥닷컴은 오랜 기간에 걸쳐 물류·유통·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지난 2019년에는 제3자 서비스 확대와 효율적인 비용 통제로 미국 회계기준(US-GAAP)으로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징둥닷컴은 중국에서 물류와 유통 경쟁력이 가장 강력한 e커머스 사업자로 성장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징둥닷컴의 이러한 장점이 빛을 발하고 있다.
3P 비중이 높은 경쟁사가 제품 소싱에 어려움을 겪으며 2~3월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반면 1P 모델에 집중하고 있는 징둥닷컴은 늘어나는 전자상거래 수요에 대한 대응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징둥닷컴의 1·4분기 매출액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하며 동종업계에서 가장 돋보였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618페스티벌(중국 온라인 쇼핑 축제)의 결과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것만 보더라도 징둥닷컴의 2·4분기 실적이 가이던스(매출액 전년 동기 대비 20~30% 증가)를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올해 6월18일은 징둥닷컴에 매우 의미 있는 날이었다.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한 날이자 2020년 618페스티벌의 공식 행사일이었기 때문이다. 오는 27일 출범 예정인 항셍테크지수에 징둥닷컴이 포함된 점도 유동성 측면에서 좋은 소식이다.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중 갈등 고조에 따른 증시 조정, 알리바바 및 핀둬둬와의 경쟁 심화를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