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난 순간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아름다운 시작’을 떠올렸다. 커가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어느 날은 장자를, 또 다른 날은 니체를 생각했다. 학창 시절부터 철학 책을 그토록 많이 읽고, 철학 공부로 박사까지 됐지만 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철학을 제대로 알게 됐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신간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는 한국과 미국에서 오랜 시간 철학을 공부한 저자가 말랑말랑한 언어로 일상 속 철학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박사와 엄마라는 타이틀을 비슷한 시기에 얻게 됐던 저자는 아이 젖을 물리던 중 떠오른 아이디어를 급하게 메모하고, 아이를 재우는 동안 떠오른 문장들을 더듬더듬 적으면서 글쓰기를 계속했다고 한다.
저자는 임신으로 아이가 몸 안에 들어선 순간과 플라톤의 동굴을 연결하고, 갓 태어난 아이의 눈동자에서 ‘아이는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아렌트를 떠올린다. 또 “엄마의 몸은 아이를 키우는 도구일까?”와 같은 질문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노예론에서 답을 찾는 등 육아 과정에서 끊임 없이 터져 나오는 ‘왜?’라는 질문의 대답을 얻기 위해 철학자들을 끊임없이 육아 도우미로 소환한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큰 고민을 안겨주는 사회 문제들도 철학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가령 바이러스의 공포에 대해서는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 공포 앞에서는 모든 사상과 철학이 무기력해 보이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에 철학이 더 힘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 사태가 빨리 극복 되려면 공포와 미움의 속도보다 지혜와 정의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가 스스로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철학자가 세상에 질문을 던지듯이 아이가 깊고 바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부모가 끊임 없이 질문을 던져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4,0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