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뉴스] 3만원이던 주가가 20만원으로? 바이오주가 뭐길래...


그야말로 바이오주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K-바이오가 주목을 받으면서 주가도 덩달아 뛴 것인데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올 들어 208배에 이릅니다. 반 년 만에 지난해 PER 평균(141배) 대비 1.5배 수준을 웃도는 것인데요. 이는 해당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10년 이후 최대라고 합니다.

PER은 주당순이익이 몇 배인가를 나타낸 투자판단 지표입니다. 이 비율이 높으면 회사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뜻하고 반대의 경우 주가가 이익에 비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코스닥이 약 21개월만에 800선을 회복했던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성형주기자

오늘은 그동안 주식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주요 바이오주들을 소개하고 그동안 이들의 실제 실적은 어땠는지, 새로이 개발 중인 아이템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가장 눈 부신 활약을 보여준 진단키트 대장주 씨젠(096530)부터 봅시다. 올 초 3만원대였던 씨젠의 주가는 최근 20만원대까지 뛰었습니다.

씨젠의 진단키트는 국내 점유율이 75%에 달할 정도로 높은데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습니다. 씨젠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67개국에 3,000만 테스트를 수출했습니다. 생산 초기인 1월에는 주당 10만 테스트 생산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주당 500만 테스트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43위에 불과했던 씨젠이 단숨에 2위까지 오를 수 있던 데는 코로나19에 대한 발 빠른 대응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우한시에서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이 집단 발병했다는 뉴스가 국내에 최초 보도된 후 단 2주 만에 코로나19 진단키트 ‘올플렉스’ 개발에 성공한 것인데요.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긴급사용 승인을 획득했고 특히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격려 차 씨젠 생산 현장을 방문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문재인(왼쪽 세번째) 대통령과 박영선(왼쪽 네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3월25일 서울 송파구 씨젠에서 연구시설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씨젠은 2000년 설립된 분자진단 전문기업입니다. 분자진단은 환자의 혈액, 소변 등 체외진단 방식으로 유전자를 검사해 질병을 파악하는 기법입니다. 목표한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만 증폭시켜 질병의 다양한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 유전자 증폭 시약과 분석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을 만큼 내공도 탄탄한 편입니다.

국내 바이오기업 1세대인 알테오젠(196170)도 올 초 주가가 6만원대에 불과했지만 최근 28만원까지 올라섰는데요. 코스닥 시가총액 3위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알테오젠의 경우 특별한 호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6월 글로벌 톱 10 제약사 한 곳과 4조6,77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인데요. 계약 비밀조항에 따라 계약 당사자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기술수출한 제품은 피하주사 제형(SC) 기술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인데요. 이 제품은 정맥주사 제형을 인슐린 주사 같은 피하 주사 제형으로 바꿔주는 물질입니다. 다른 제약사들이 이 물질을 확용하면 자사 후보물질에 적용해 피하주사제로 개발하고 이를 전 세계에서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죠. 이미 지난해 11월에도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어 이번이 두 번째 기술수출 사례입니다.


알테오젠도 코로나19의 덕을 크게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감염병 확산으로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기 어려워지면서 이 기술이 더욱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지요.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주사형 바이오의약품 가운데 피하주사 비중은 2010년 초반 20%대에서 최근 40%대까지 높아졌습니다.

알테오젠은 LG화학(옛 럭키화학) 연구원, 한화케미칼 개발본부장, 바이넥스 부회장 등을 역임한 박순재 대표(67)가 2008년 설립한 기업입니다. 지난 2014년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동의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도 올 초만 해도 주가가 5만원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0만원대에 달합니다. 셀트리온(068270)의 해외유통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트리온이 지난 2018년 코스피로 이전상장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됐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권욱기자
올 들어 셀트리온에 몇 가지 호재가 있었던 만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덩달아 주가가 뛰었는데요. 먼저 셀트리온은 지난 6월 일본 다케다제약이 보유한 18개 합성의약품의 아시아태평양 지역판권을 3,324억원에 인수한다는 ‘빅딜’을 발표했습니다. 계약을 통해 한국, 태국, 대만, 홍콩, 마카오,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브랜드 18개 제품의 특허, 상표, 판매에 관한 권리를 확보한 것인데요. 관련 제품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지난 2018년 1,7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셀트리온이 인수하는 제품군에는 글로벌 개발신약인 알보칠(구내염 치료제), 액토스(당뇨병 치료제), 화이투벤(감기약) 등 소비자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일반의약품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번 인수는 셀트리온의 첫번째 대형 인수합병(M&A)이기도 합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달 7일 임상 1상 승인을 받았고 올 9월 셀트리온이 올해 9월 상업생산을 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임상시험과 정식 허가심사 완료를 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코로나19 진단시약 생산현장/사진제공=씨젠
이처럼 바이오주의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한편에서는 ‘묻지마 투자’를 경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바이오주들도 여럿 있는데요. 한 예로 올 초 7,000원대의 주가를 기록했던 신풍제약은 현재 주가가 10만원대입니다. 시가 총액이 국내 3대 제약사인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은데요. 신풍제약은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이 1,897억원에 달하는 중견제약사로 지난 5월 기존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약물재창출로 코로나19 치료제 2상을 승인받으면서 투자업계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임상시험을 안전성 이유로 중단하기 전까진 클로로퀸 관련주로 주가가 급히 뛰었습니다.

현재 임상을 진행중 이기는 하나 실제로 개발에 성공할 지까지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이죠. 클로로퀸도 최근 부작용 우려 등으로 FDA에서 긴급승인을 취소했던 만큼 무조건 기대감만 갖고 바라볼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7년 ‘바이오버블’ 때 주당 15만원까지 갔던 신라젠이 지금은 껍데기만 남은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면서 “묻지마 투자를 경계하고 회사의 내실을 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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