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강경카드'에 '식물총장'된 윤석열…갈등 더 거세지나

검찰 수사지휘 고검장에 분산…非검사 출신 총장도 추진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일선 고등검찰청장 등으로 분산하고, 인사 관련해서도 검찰인사위원회에 서면 보고만 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냈다. 이대로 시행된다면 검찰총장의 수사, 인사 권한이 대폭 약화하는 등 사실상 ‘허수아비’로 전락할 있는 터라 법무부·검찰 사이 재차 충돌이 예상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27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제43차 회의를 열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제도 개혁 등’에 대한 권고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김남준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법무부와 검찰, 검찰 내부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권고안을 보면 우선 검찰청법 8조 등을 개정, 검찰총장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각 지역 고검장 등에게 분산하도록 했다. 권고안이 법제화된다면 수사지휘의 주체는 검찰총장이 아닌 고검장이 되는 것이다. 수사지휘를 할 땐 수사검사의 의견을 서면으로 받도록 했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고검장에게 서면으로 하도록 권고했으며, 반대로 고검장에게도 의견을 받도록 했다. 다만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을 수사지휘할 땐 불기소 지휘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인사권에서도 검찰청법 34조를 개정, 법무부 장관이 검사 인사를 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것을 검찰인사위의 의견을 듣도록 권고했다. 검찰총장은 검찰인사위에 검사의 보직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만 제출토록 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대등한 위치에서 인사 관련 의견을 나누던 것에서 ‘인사위를 거치도록’ 차등을 둔 셈이다. 아울러 검찰총장을 현직 검사 중에서만 임명하던 관행을 개선하는 차원서 판사, 변호사, 여성 등 다양한 출신의 명망가 중에서도 임명할 것을 권고했다.
검찰 권한 줄인다지만…독립성 보장 훼손되고 총장 권한도 해체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27일 발표한 검찰 제도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축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한 검찰 개혁의 결정판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동안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개혁위 권고는 줄곧 있었지만 이번에는 검찰총장의 ‘역할’을 사실상 바꾸고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대폭 확대하라는 의견이 담겼다. 개혁위는 “수사지휘권을 분산함으로써 검찰 내부 권력 상호 간에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이 작동되도록 한 것”이라며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함으로써 발생하는 선택, 표적, 과잉, 별건 수사의 폐해를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법무부와 검찰은 개혁위의 권고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정권을 견제할 수 없는 ‘식물총장’이 되는 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법무부는 개혁위의 권고안을 수용하고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검찰청법도 향후 대폭 개정될 것으로 보여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위는 이날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수직적 지휘체계를 구축하는 검찰조직은 검찰 내부 비위에 눈을 감고 검찰개혁에 소극적이며 검찰조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검찰 주의’가 자리 잡게 된 배경”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총장에 집중된 권한은 반드시 분산돼야 하고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권고안은 사실상 검찰총장의 모든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법무부 장관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 담겼다. 권고안대로라면 고검장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수사지휘권은 고검장에게 ‘풍선효과’처럼 편중될 수 있다. 또 검찰청법 제8조에 따라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는 내용을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각 고검장에게 서면으로 한다’고 바꾸는 것은 대통령이 직권으로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장인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검찰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권고안은 장관이 고검장에게 특정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리’하라고 지휘하는 것을 ‘원칙적’으로만 못하도록 해 뒷문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모든 기관은 기관장이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검찰만 이렇게 바꾸는 점에서 의문”이라고 말했다.

만일 권고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향후 검찰인사도 법무부 장관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은 그동안 법무부 장관과 직접 대면해 인사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혁위는 검찰총장이 장관이 아닌 검찰인사위원회에 서면으로만 의견을 전달토록 했다. 비 검찰 출신 법조인이 검찰총장이 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검찰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들 우려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을 모르는 법조인이 수장으로 앉으면 조직 장악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며 “총장 권한을 그만큼 대폭 줄이는 것으로 사실상 그동안 알던 검찰총장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부 "적극 수용할 것" 방침 속 檢내부 "장관이 총장 역할" 격앙
검찰총장에 관한 검찰청법 개정은 극히 드문 경우라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2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총장 임명 과정에 독립성을 제고하도록 한 법률 개정이 있었다. 2004년에는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의 직급을 검사로 일원화 하는 내용의 개정이 있었다. 이처럼 직접적으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축소하는 방향의 법 개정은 처음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처음 개혁위의 권고안이 나온 후부터 법무부는 줄곧 ‘수용하고 적극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다. 앞서 조국 법무부 장관 때인 지난해 10월 개혁위는 직접수사 축소 및 특수부 폐지를 권고했다. 법무부는 이 방안대로 서울·대구·광주만 남기고 전국 검찰청 특수부를 폐지했다. 직접수사 축소 역시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현재 검토되고 있다. 또 특수부나 공안부 등이 아닌 대다수 검사들인 형사부·공판부 검사들이 승진 기회를 더 얻을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바꾸라는 지난 5월 권고안도 법무부는 추진키로 했다.

이외에도 심야조사 폐지 권고로 검찰은 오후9시 이후에는 조사 대상자가 원하지 않는 이상 조사를 이어가지 않는다. 개혁위의 권고안에 따라 과거 수사 관행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련의 개혁안들이 검찰 수사력을 오히려 축소시키고 법무부 장관의 개입으로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 내부는 격앙된 분위기다. 한 검사장은 “검찰을 쓸모없는 조직으로 만들려고 전부 다 (법무부) 장관 승인 받고 하라고 한다. 말도 안 되는 개혁위 떠드는 안건도 모두 수용하고 있다”며 “지금 법치주의를 말살하려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모든 내용이 장관 승인을 받으라는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가진 권한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준호·손구민·안현덕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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