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투자운용, 2,400억 금호생명 사옥 매입 '화려한 데뷔'…3대 독립 부동산운용사로 우뚝[CEO&스토리]

■제이알투자운용은
10년만에 누적 운용자산 7조 '고속성장'
국내 첫 해외자산 투자…"韓리츠 산역사"

김관영 제이알투자운용 대표가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권욱기자

“지난 2008년 11월 운용사를 설립하고 한 달 만에 성사된 첫 거래는 잊지 못해요. 신생 부동산자산관리사에게는 다시없을 기회를 잡아 시장에 제이알을 알릴 수 있었죠.”

김관영 대표가 이끄는 제이알투자운용은 이지스·마스턴과 함께 국내 3대 독립 부동산전문자산운용사로 꼽힌다. 현재 누적 운용자산(AUM) 규모가 7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시작은 미미했다. 김 대표는 “이방주 회장과 거의 비슷한 지분으로 투자해 회사를 설립하고 사무실을 열기는 했는데 금융위기라 거래도 없고 뭘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랬던 회사가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첫 단추는 금호생명 사옥 매입이었다.


김 대표는 “금호생명 사옥이 새 주인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거래를 시도했다”며 “당시
김관영 제이알투자운용 대표가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권욱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게 직접 가서 PT를 했고 세 곳을 검토한 끝에 우리 조건이 좋다며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제이알제1호기업구조조정리츠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2,400억원 규모의 세일즈앤리스백 방식 거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거래절벽인 상황에서 첫 상업용 빌딩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제이알투자운용의 이름을 업계에 알렸다. 제이알투자운용은 금호생명 사옥을 2013년 대우증권에 콜옵션 조건인 2,868억원에 되팔며 순내부수익률(IRR) 14%를 달성했다. 지금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옆에 있는 이 건물에는 김앤장이 입주해 있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첫 거래 직후인 2009년 국내 최초 호스피털리츠(피엔폴루스), 2011년 국내 최초로 공실 오피스를 비즈니스호텔로 리모델링한 호텔리츠(명동 센트럴호텔)를 잇따라 설립하며 한국 리츠의 역사를 써왔다.

해외자산 투자 리츠를 처음 시작한 국내 부동산전문운용사도 제이알이다. 2014년 일본 도쿄 아카사카 소재 스타게이트빌딩을 인수하면서 국내 최초로 해외자산 투자 리츠 사업을 시작했다. 일본 시장은 뉴욕·런던과 거래금액과 부동산의 질적 측면에서 3대 부동산 시장으로 꼽히지만 경쟁입찰보다는 수의계약이 만연해 있고 해외 자본에 폐쇄적인 성향을 가져 국내 부동산운용사에는 전인미답의 영역이었다. 김 대표는 “미야우치 요시히코 오릭스 회장을 이방주 회장과 분기마다 한 번씩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좋은 부동산을 팔 때 기회를 달라고 설득해 일본에서의 첫 거래를 따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도쿄 근교 가와고에에 위치한 물류센터와 오스트리아 빈의 포르타워, 아일랜드 더블린의 랜딩스빌딩, 프랑스 파리의 크리스탈리아빌딩을 사들이며 해외 리츠 시장에서 잇따른 낭보를 전했다. 김 대표는 요즘 해외 실사를 갈 때마다 달라진 한국 금융의 위상을 실감한다. 그는 “예전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 업체가 부동산을 사겠다고 하면 선수로도 인정해주지 않았는데 국내 자본이 해외 우량자산을 잇따라 사들이고 성공적으로 청산하면서 인식이 달라졌다”며 “최근에는 거래가 안 되는 물건이 아니라 대형 우량자산들도 발굴해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춘 우량자산을 발굴·편입해 글로벌 리츠 AMC로 성장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그간 해외자산 쪽에 집중했던 시선을 국내로도 돌리고 있다. 김 대표는 “주로 해외 투자를 전문으로 해오다 최근에는 국내 부동산 투자를 위해 해당 업무를 맡은 본부를 신설하고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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