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왼쪽) 우리금융 회장과 구현모 KT 대표.
국내 금융·통신 업계의 대표 강자인 우리금융과 KT가 손을 맞잡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는 새로운 도전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구현모 KT 대표가 뜻을 모으면서다. “지금이 디지털 혁신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해온 손 회장이 먼저 KT를 새로운 동맹군으로 점찍고 ‘러브콜’을 보냈다.
우리금융은 29일 KT와 손잡고 금융과 ICT를 융합한 신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위한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략적 업무제휴를 통해 양사 간 거래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혁신동맹’의 첫 불씨를 지핀 것은 손 회장이다. 손 회장은 지난 5월 모든 그룹사의 디지털·기획 조직을 총괄하는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신설하고 경영 슬로건을 ‘디지털 우선’으로 바꿔 걸었을 만큼 디지털 혁신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다져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여염증(코로나19)이 앞당긴 언택트 흐름에 대응하려면 우리금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통신 업계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보고 구 대표에게 먼저 동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말 두 수장이 전격 회동해 공감대를 이룬 뒤 양사는 6월부터 곧바로 협의체를 구성해 본격적인 협력 논의에 들어갔다.
KT는 개인신용정보와 시너지가 높은 통신 빅데이터뿐 아니라 이를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5G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 역량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파트너다. KT로서도 맞춤형 요금제·금융상품 등으로 대고객 마케팅을 다변화하는 것은 물론 업계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우리금융의 기업금융 서비스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미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를 통해 서로 사업접점을 갖고 있다는 점도 동맹 구축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는 먼저 △AI 대화형 플랫폼과 △클라우드 기반의 재택근무 환경 구축을 목표로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 환경이 이미 일상이 된 만큼 이를 통해 고객에게 혁신적인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각자의 금융·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제휴요금제, 전용 금융상품, 해외송금·환전 서비스 등 공동 마케팅에도 나선다.
서로 초우량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대출 등 KT 임직원의 금융거래뿐 아니라 KT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후선 금융업무를 지원하고 KT도 우리은행에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보급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신사업 동맹을 통해 데이터 경제 시대를 선도하는 동력을 얻음과 동시에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