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실패사례' 용인경전철, 주민 손해배상 길 열렸다

대법,원고 일부 패소 판결 파기

용인경전철 주민소송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철 변호사가 29일 상고심 선고가 끝난 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거액의 적자를 내며 민간투자사업의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용인경전철 사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길이 주민들이 소송을 낸 지 7년 만에 열렸다. 1·2심은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라며 청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하며 주민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책임을 판단하도록 했다. 대법원이 지방자치단체의 민간투자사업 관련 사항을 주민소송 대상이라고 판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비슷한 민간투자사업을 주민소송으로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9일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용인시를 상대로 제기한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단은 용인시가 경전철 사업으로 1조32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이정문·서정석·김학규 전 용인시장과 관련 공무원, 한국교통연구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는 주민소송을 냈다. 주민소송은 지자체의 불법 재무회계 행위에 따른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주민들이 제기하는 소송이다.


용인경전철은 지난 2004년 민간사업자와 실시협약을 맺고 2010년 6월 완공했지만 정식 개통은 3년 후에 이뤄졌다. 용인시가 시행사와 최소수입보장제(MRG) 비율에 대한 의견 차를 이유로 준공허가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국제중재까지 갔고 용인시는 패소하며 약 8,500억원을 물어줬다. 용인시는 시행사에 연간 사업운영비를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변경했지만 경전철의 하루 이용객이 2만7,000명 선으로 기대치인 13만명을 한참 밑돌았다. 결국 용인시 재정적자로 돌아왔고 주민들이 주민감사를 거쳐 주민소송을 냈다.

1·2심 모두 주민소송 대상이 주민감사 청구 내용과 동일하지 않다며 대부분 각하 처분했다. 당시 시장들과 사업 책임자, 계약당사자들의 고의나 과실도 입증되지 않는다고 봤다. 사실상 주민들의 패소였다. 대신 박모 당시 정책보좌관이 국제중재를 대리할 법무법인을 정하며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점만 인정해 10억2,500만원을 배상하도록 했을 뿐이다.

대법원은 소송단이 제기한 사항 대부분이 주민소송 대상이라며 하급심 판결을 모두 뒤집었다. 재판부는 우선 “주민소송의 대상은 주민감사를 청구한 사항과 관련이 있으면 충분하며 반드시 동일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에 대해서도 “실시협약 체결과 관련된 모든 행위에 법령 위반 등의 잘못이 있는지 따져야 한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오류가 있는 용역보고서를 용인시에 제출한 교통연구원도 주민소송 대상인 재무회계 행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주민소송 대상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005년 1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소송제도가 도입된 후 지자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 관련 사항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삼은 최초 사례”라며 “지자체와 계약한 당사자도 주민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소송단 측은 “대법원 스스로 새로운 법리를 선언한 전향적 판결”이라면서도 “김 전 시장이 연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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