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이미지투데이
지난해 5월께 남성 A(29)씨는 인터넷 쪽지를 하나 받았다. A씨가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린 물품에 관심을 가진 B(17)양이 보낸 쪽지였다. 중고품 거래를 계기로 만난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다.
이별 후 B양은 새로운 남자친구 C씨와 찍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를 보고 화가 난 A씨는 B양에게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남자를 사귀냐” “내가 준 커플링을 돌려달라” 등 내용으로 수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반발심에 찬 A씨의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B양의 집 인근에 찾아가 B양을 불러내 폭행을 저질렀다. A씨는 B양의 얼굴을 여러 번 때렸고, B양의 휴대 전화를 바닥에 집어 던져 깨뜨렸다.
그러던 중 B양을 걱정한 C씨가 폭행 현장에 찾아왔다. C씨는 추가 폭행을 막기 위해 A씨를 말렸다. 그러자 A씨는 “한강에서 뛰어내릴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후 A씨는 B양의 지인들에게 “B양은 원조교제를 하고 다니는 사람” “B양 때문에 내 친구가 자살을 했다” 등의 내용으로 SNS 메시지를 보냈다. B양에게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혼인빙자, 자살방조(를 한 것)”라며 “형사 및 민사로 1,000만원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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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B양은 극도의 공포감에 시달렸다. 급기야 B양은 A씨에게 “죽으면 끝나는 건가” “부모님한테 미안해서 죽을 수밖에 없다” 등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A씨는 “(내가) 자살방조죄로 걸리니 그렇게 하라고 못한다”며 “부모님이 다 책임져 줄 테니 고소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다”고 답했다. 그러다가 A씨는 B양에게 “아니면 나랑 같이 죽겠냐”고 극단적 선택을 제안했다. 신경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B양은 A씨의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
두 사람은 문자 연락이 끝난 직후 만나 마트로 향했다. 그들은 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키는 물건 몇 가지를 산 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한 펜션에 도착해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한편 B양과 연락이 되지 않자 걱정한 C씨와 B양의 할머니는 112에 신고했고, 경찰관은 위치 추적을 통해 현장에 출동했다. 이로 인해 A씨와 B양은 병원으로 후송돼 목숨을 건졌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A씨가 마약성 수면제인 졸피뎀을 판매해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연합뉴스
자살방조미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60시간과 추징금 9만원도 함께 선고됐다.
재판부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B양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고 감정적으로 학대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유도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A씨는 과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벌금형과 징역형 전과가 있음에도 또 청소년을 대상으로 범행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자신이 지속적으로 처방받던 수면제를 B양에게 먹도록 하는 등 자살방조 범행에 사용했고, 광고를 통해 판매까지 하는 등 약물 남용에 관한 위험성을 야기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A씨가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B양 측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등을 참작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