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확정한 인도 사찰 분황사 조감도./자료제공=조계종
조계종이 불교 탄생지 인도에 처음으로 세워지는 국내 사찰 ‘분황사’의 모습이 공개됐다. 불교 성지에 건립될 분황사는 종주국인 인도에 한국 불교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9일 대한불교조계종은 전날 인도 현지에서 ‘분황사’ 건립을 위한 인허가 절차가 최종 마무리되면서 분황사 설계도를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분황사는 조계종이 추진하는 한국불교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인도 동부 바하르주 부다가야 지역에 건립되는 첫 국내 사찰이다. 조계종은 지난해 4월 백만원력 결집 불사 선포식을 통해 인도에서의 한국사찰 건립 사업계획을 공식화했다.
조계종이 확정한 설계도에 따르면 분황사는 총 1만3,000㎡ 부지에 대웅전과 스님과 성지순례자들을 위한 숙소, 보건소 등을 갖춘 다목적 사찰로 조성될 전망이다. 사찰의 대표 건축물인 대웅전은 433.84㎡ 대지에 262.26㎡ 규모로 세워진다. 문경 봉암사 태고선원과 같은 회랑식 법당으로, 고온다습하고 강수량이 많은 현지 기후조건을 반영한 한국적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대웅전 바로 옆으로는 연 면적 964.45㎡ 규모의 숙소 동이 들어서 스님 등 성지 순례자들의 숙소로 쓰이게 된다. 조계종은 분황사를 통해 인도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 및 의료지원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사찰 건립을 위한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관련 공사도 재개될 전망이다. 분황사는 2021년 말 완공을 목표로 지난 3월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허가 절차 등 관련 사업이 전면 중단된 채 수 개월이 지났다. 조계종 관계자는 “지난 28일 한국 불교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분황사 설계도를 최종확정하고 인도 현지 업체에 전달했다”며 “현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늦어도 9월 착공에 들어가 2022년 초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황사는 불교 4대 성지 중 하나인 부다가야 마하보디대탑과 직선거리로 400m 떨어진 곳에 세워질 예정이다. 마하보디대탑 인근에는 중국, 일보, 부탄, 몽골 등 각국의 사찰 170여 개가 몰려 있지만 지금까지 국내 사찰은 한 곳도 없었다. 마하보디대탑은 부처님이 출가를 결심하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가 있는 곳으로 불교의 대표적인 성지 순례지다. 매년 전 세계에서 50만명 이상의 성지 순례자들이 방문하며, 한국에서도 매년 1만5,000명 이상이 찾는다.
인도 첫 국내 사찰 분황사는 마하보디대탑과 직선거리로 400m 가량 떨어진 곳에 세워진다./자료제공=조계종
분황사는 불자들의 기부금으로 건립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내 불자 2명이 인도 내 한국 사찰을 짓는데 써달라며 조계종 측에 50억원을 기부했다. 이는 단체가 아닌 개인이 내놓은 기부금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분황사라는 이름도 이때 정해졌다. 기부자들은 경북 경주 사찰 분황사(芬皇寺)의 신도로, 인도 부다가야에 짓는 사찰의 이름 역시 분황사로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분황사는 634(선덕여왕 3)년에 창건된 사찰로 향기가 있는 임금의 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분황사 건립을 책임지고 있는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스님은 “불교의 발상지에 지금까지 제대로 된 한국 사찰이 없다는데 아쉬움이 컸다”며 “백만원력 결집사업의 하나로 인도에 한국 사찰을 짓는 것은 한국 불교의 염원이자 한국 불교의 전통과 문화를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분황사 부지./사진제공=조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