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에 규정된 소위원회 심사 및 보고, 축조심사, 찬반토론 절차와 관례 등을 깡그리 무시한 폭거가 아닐 수 없다. 국회법 제58조에는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 대체토론과 축조심사 및 찬반토론을 거쳐 표결한다’고 규정돼 있다. 절차를 무시한 법안 통과는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다. 여당은 “국회법 57조에 ‘소위를 둘 수 있다’고 규정했지 반드시 둬야 한다는 규정은 아니다”라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수결 원칙에 따르되 소수 의견을 존중한다’는 민주주의 기본정신에도 어긋난다. 심사 절차 무시는 군사정권 당시에도 사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더 우려되는 것은 세금 인상 등 민생에 큰 영향을 주는 법안들이 찬반토론도 거치지 않고 작전 치르듯이 처리됐다는 점이다. 임대차 3법을 기존 계약에 소급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학자들의 지적이 적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해 충분한 토론을 벌여야 했다.
여당은 다음달 4일 7월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표결 등 필요한 입법 절차를 강행할 태세이다. 여당 의원들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무력화하는 검찰청법 개정안까지 발의해놓은 상태이다. 민주당이 부동산법과 공수처법에 이어 검찰 관련법까지 처리해 권력기관 장악을 시도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말로는 ‘협치’를 외치는 여당이 176석의 거대 의석을 내세워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이중행태다.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이 독주하다 국민의 심판을 받았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는 의회민주주의로 되돌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