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치가 얼만데.. 롯데 창업주 유산이 고작 1조원?[양철민의 인더스트리]

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유산 1조원
신동빈 회장 등 4남매가 나눠 갖기로 합의
롯데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만 수십조원
반면 주력사업 부진으로 시총은 초라한 수준
롯데의 숨겨진 부동산 가치에 눈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부동산 재벌인 롯데 창업자가 남긴 유산이 1조원 밖에 안된다고?”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유족들이 최근 1조원 규모의 유산을 나눠 갖기로 합의하면서 유산 규모가 예상보다 작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롯데 그룹은 껌과 식음료를 모태로 시작해 유통, 호텔 등 부동산에 기반한 산업군을 바탕으로 국내 재계 서열 5위까지 오른 입지적 기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공시대상 기업 집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롯데그룹의 자산 규모는 121조5,000원에 달한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는 명확한 평가가 힘들다. 다만 2016년 재벌닷컴 분석 결과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부동산 가치는 10조7,000억원으로 현대차, 삼성에 이어 재계 3위다. 물론 이 같은 수치는 실제를 반영하지 못한다. 소공동 롯데호텔 등을 보유한 호텔롯데와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을 보유한 롯데물산이 비상장사라 가치 산정 시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4년간 국내 부동산 가격이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등했다. 롯데 그룹이 압도적 1위의 부동산 부자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롯데 그룹의 주력인 유통과 식음료 사업이 중국의 ‘사드보복’,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된 ‘반일감정’, 올해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성장세가 주춤한 탓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롯데 주요 그룹사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최소 수십조원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부동산 가격에 크게 못미친다. 롯데그룹의 주가가 저평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의 유산은 1조원가량이다. 국내에서는 롯데지주(004990)(보통주 3.10%·우선주 14.2%), 롯데제과(280360)(4.48%), 롯데칠성(005300)음료(보통주 1.30%·우선주 14.15%), 롯데쇼핑(023530)(0.93%), 롯데물산(6.87%) 지분 등이 신 명예회장 소유다. 일본에서는 일본 롯데홀딩스(0.45%), 광윤사(0.83%), LSI(1.71%), 롯데그린서비스(9.26%), 크리스피크림도넛재팬(20%)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인천 계양구 목상동에 위치한 시가 4,000억원가량의 부지도 주요 유산 중 하나다.


롯데칠성음료 서초 부지 조감도. /카카오
신 명예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이들 기업은 부동산 가치만 보면 ‘숨겨진 보석’ 같은 기업이다. 우선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만 보더라도 부동산 가치가 상당하다. 지난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른 자산재평가 시 롯데제과가 보유한 영등포 공장 부지(2만3,000㎡)의 가치는 6,400억원 수준이었다. 평가 당시 평가 차익만 3,741억원에 달했다. 10년이 지난 현재는 1조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역 도보 5분 거리의 최고 ‘노른자위’에 자리한 롯데칠성음료 서초지점 부지(3만5,000㎡) 또한 현재 시세가 최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와 서초구가 최근 해당 부지에 건물을 지을 경우 최고 높이를 250m로 상향하는 내용의 ‘서초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내놓아, 향후 상당한 수익이 예상된다.

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

진짜 알짜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롯데슈퍼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이 쥐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부동산을 포함한 롯데쇼핑의 비유동자산 규모는 28조원이 넘으며 이중 토지(7조9,768억원)와 건물(7조2,135억원)의 장부상 가치만 15조원 이상이다. 시장 가치는 이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롯데리츠를 통해 부동산 자산 유동화에 나서는 등 부동산 기반의 수익 창출에도 적극적이다.

이외에도 비상장사인 호텔롯데, 롯데물산이 가진 부동산 가치 또한 수십조원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텔롯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조4,685억원에 달한다. 호텔롯데가 2만3,100㎡ 크기의 소공동 부지 등 ‘노른자위’ 부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들 부동산의 시장 가치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롯데물산은 잠실롯데월드 부지와 제2롯데월드 부지 등 21만㎡가 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부지의 공시지가는 10조원 가량이지만 시세는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반면 롯데그룹 상장사의 몸값은 이들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수십조원의 부동산을 보유한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은 지난 29일 기준 2조 2,094억원이다. 강남 한복판에 1만평이 넘는 땅을 보유한 롯데칠성음료의 몸값은 8,073억원, 영등포에 7,000평 가량을 땅을 보유한 롯데제과의 몸값 또한 6,834억원에 불과하다. 롯데그룹이 시가 수십조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 명예회장의 자산이 대부분 주식이기 때문에 유산 또한 1조원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한편 신 명예회장의 유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유미 전 호텔롯데 고문 등 4명이 나눠 갖는다. 이들이 한국과 일본 당국에 납부할 상속세만 4,5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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