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금값이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선보이고 있다./권욱기자 2020.7.29
넘치는 글로벌 유동성이 전방위적으로 자산가격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가운데 각종 자산군 중에서 올해 금과 ‘성장주’의 상승률이 다른 자산들을 크게 압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세계 중앙은행과 정부의 공격적인 돈풀기가 이뤄지면서 안전자산인 국채의 투자 수익률이 위험자산인 주식을 앞서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코로나 19 충격 이후 자산 가격이 반등이 상당 부분 이뤄지면서 자산배분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코로나19가 주춤한 가운데 점진적인 경기회복이 이뤄지면 더 이상 국채 랠리는 이어지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많이 올랐던 금과 주식은 여전히 상대적인 매력도가 높아 투자 포트폴리오내에서 비중을 유지 또는 확대해 볼만 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올해 금·中선전증시·코스닥·나스닥, 발군의 투자수익률 |
2위~4위는 선전종합지수(24.5%)와 코스닥지수(19.63%), 나스닥지수(18.04%)가 나란히 이었다. 이들은 중국, 한국, 미국의 주식 중에서도 성장주들을 대표하는 증시다. 주식 중에서도 투자자들이 성장주에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전체 주식시장은 연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되거나 그 보다 못한 경우도 있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연초보다 1.36% 오르는데 그쳤으며 코스피지수 역시 1.2% 수준이다. 3월 코로나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한 후 가파르게 회복하며 V반등을 하긴 했지만 충격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의 전통산업이 주로 포진한 다우존스지수는 연초 대비 5.6%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닛케이225도 - 4%, 유로스톡스50지수도 -11.8%로 연초 가격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들 선진국 역시 전통 산업 중심이라는 점에 성장주 쏠림 투자 현상에서 소외되는 모습이었다.
'안전자산' 채권이 '위험자산' 주식 앞질러 |
채권은 올 들어 초강세 랠리를 펼쳤다. 미국 국채 대표 지수 격인 바클레이스 미국 국채 지수(Barclays US Treasury Index, 잔존만기 약 7.2년)의 경우 올 들어 9.4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바클레이스 회사채 지수(Barclays US Corporate Index, 잔존만기 8.7년)도 같은 기간 8.06%의 수익을 냈다. 이는 S&P500 지수의 연초 대비 상승률 1.36%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국공채 역시 KIS국공채종합지수(잔존만기 8.1년) 기준으로 3.31%가 올라 올 들어 1.2% 상승에 그친 코스피시장의 수익률을 웃돌았다.
특히 4월 이후에는 안전·위험자산 가릴 것 없이 동반 상승하는 상황도 이례적인 대목이다. 이상원 삼성자산운용 리서치팀장은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도 같이 낮아졌다”며 “이 때문에 채권의 가격도 오르고 특히 미래 이익 기대가 큰 성장주에 대한 주가 부담이 사라지면서 주가도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만큼 분산투자 효과는 과거에 비해 사라졌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금·주식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 여전하다" |
이런 실질금리 마이너스는 주식의 매력도 역시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성장주 중심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성장주 중에서도 플랫폼 기업과 같은 방어적 성격의 성장주보다는 경기가 하반기에 점진적으로 개선되면 좀 더 경기에 민감한 성장주들이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 팀장은 “실질금리가 낮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돼 채권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추가 상승도 힘들다”며 “반면 대체 투자처를 찾기 힘든 만큼 주식은 반도체·전기차 등 경기에 민감한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 -17% 신흥 증시·부동산·유가 부진…실물경기 회복더뎌 당분간 약세 전망 |
한편 부동산 시장이나 유가 등의 원자재 가격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코로나19의 재유행 가능성이 높아 경제활동 수준이 과거로 회기하기는 아직 힘들기 때문이다. 실물경제 반영 강도가 높은 이들 자산의 부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역과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증시 역시 가격이 예전에 비해서는 싸지만 반등 속도는 여전히 느릴 것으로 보인다. 강대진 한화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아직 자산군을 리밸런싱할 정도의 경기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며 “국채에서 회사채로 비중을 조절하는 등 지금까지 랠리를 펼친 자산군 내에서 좀 더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식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