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회사채 발행이 부담스러운 기업들이 잇따라 CP·전단채와 사모시장을 찾고 있습니다. A-급인 SK건설(3년물, 500억원)과 무림페이퍼(009200)(2년물, 200억원), 에이치라인해운(3년물, 400억원)과 투기등급(BB+)인 서진산업(1년물, 50억원), 아예 신용등급이 없는 케이엠더블유(032500)(1.5년물 70억원, 2년물 50억원)도 각각 차환자금과 운영자금들을 조달해갔습니다.
최근 공모 회사채 시장은 하반기 기업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대적 안전자산인 ‘AA’등급 이상으로 수요가 쏠리는 분위기입니다. 전날에도 포스코에너지(AA-)가 공모 회사채 시장을 두드리면서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을 받았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적은 에너지업, 그리고 그 중에서도 포스코 계열사로 우량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이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지난주 수요예측을 진행한 롯데케미칼(011170)(AA+)도 2,000억원어치 발행에 1조100억원을 쓸어담았지요. 반면 A등급인 대우건설, BBB+등급인 AJ네트웍스와 한진 등은 투자수요가 전혀 없거나 대거 미매각이 발생했습니다.
사모 회사채는 물량을 떠갈 투자자만 찾으면 누구나 발행할 수 있습니다. 증권신고서 제출 등 금융감독원 신고 의무도 없기 때문에 절차가 매우 빠르고 간편합니다. 대신 발행사로선 금융비용이 다소 높아지는 단점은 있습니다. 대부분 사모채의 경우 리테일(개인) 수요가 많아 기관에서는 조달 효율에 운용금리까지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관계사에서 인수해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절대금리로 3.5% 이상에서 결정됩니다.
최근 기관들이 즐겨 찾는(?) 장기 기업어음(CP)는 사모 회사채보단 금리가 낮고 수요예측 절차가 생략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만기 1년 이상일 경우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위탁자가 50인 이하가 되도록 장치를 마련하거나 보호예수 조항을 두는 등 전매제한 조치를 통해 이를 회피할 수 있습니다. 회사채 대신 장기CP로 선회한 곳은 올해 한화건설, 현대중공업, 롯데알미늄, 롯데카드, 삼성중공업, 현대커머셜, 아워홈, 호텔롯데 등 크게 늘었습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