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텍사스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주독미군 감축 이유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호구(the suckers)가 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각의 우려처럼 미군 감축 카드를 방위비 증액과 연계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미국이 지지부진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쓸 것이라는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발표한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관련 질문을 받고 독일이 미국의 유럽 및 독일 보호에 대해 지불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미국은 무역과 군 문제에 있어 25년간 이용을 당해왔다”며 “우리는 독일을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그들의 청구서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병력을 감축하고 있다”며 “그것은 매우 단순하다. 그들은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매우 단순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청구서를 지불하기 시작한다면 독일에서 병력을 빼는 결정을 재고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독일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고 지불할 의사도 없다면서 미국이 무역과 군, 그리고 그 외 모든 것에 대해 오랫동안 이용당해왔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를 오랫동안 이용해왔다”며 “나는 그것을 바로 잡아 왔다”고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독미군 5,600명을 유럽에 재배치하고 6,400명을 미국에 복귀시키는 등 모두 1만1,900명을 독일에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3만6,000명인 주독 미군이 2만 4,000명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는 현 수준의 3분의 1을 감축한 것이고 알려진 9,500명보다 더 큰 규모다. 구체적으로 5,600명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내에 재배치되게 된다.
다만 외신들은 실제 감축이 완료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미 정치권에서 미군 감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은 만큼 해당 계획은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7년 3월 14일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E)과 키리졸브(KR) 훈련 중 한반도 동남쪽 공해상에 도착한 미국 제3함대 소속의 핵항공모함인 칼빈슨호 비행갑판에 F/A-18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칼빈슨호=이호재기자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증액과 미군 감축을 공식적으로 연계하면서 방위비 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군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의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미 합참이 전 세계의 미군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잠재적으로 주둔 규모를 축소할 것인지에 대한 광범위한 재검토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구조를 재검토했다고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국방부가 17일(현지시간) 배포한 ‘국가국방전략(NDS) 이행:1년의 성취’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몇개월 내에 인도·태평양사령부 등 몇몇 전투사령부의 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다고 밝혀 주한미군 감축 논란을 확대시켰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