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불똥이 공직 사회로 튀고 있다. 다주택자인 고위공무원에게 솔선수범의 의미에서 실거주 이외 집을 처분하라는 의미이지만, 집값 안정화를 위한 핵심 방안이 아닌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수요 억제 위주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국민들의 심정적 분풀이용으로 공직 사회의 기를 꺾는다는 지적이다. 이와 더불어 일각에선 시민단체의 요구가 부동산대책에 중대한 영향을 주면서 오히려 시장 혼란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각 부처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고위 공직자는 실거주 이외의 목적에서 보유한 주택을 빨리 처분하라”고 지시한 이후 고위 공무원 일부가 주택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가족이 체류하는 수도권과 본인이 거주하는 세종시에 각각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종 주택을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처의 고위급 공무원은 “여론을 살피면 서울 주택을 처분하는 게 맞는데 대학생 자녀와 아내가 거주해 집을 팔면 애로 사항이 있다”며 “세종시 주택은 혼자 거주하는 만큼 처분이 쉬워 세종 집을 파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앞서 다주택자인 청와대 참모진을 대상으로 거주 목적 이외의 집을 처분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의원들을 대상으로 다주택과 서울 강남주택 보유 논란이 벌어졌다.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여당 측 의원이 “야당 간사로 거론되는 이헌승 의원은 강남에 집이 있고 시세차익을 얻은 만큼 부적절하다”고 언급했었다. 이헌승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에 대해 “현재 국토부 차관 2명 모두 강남 일대 집을 보유하고 있는데 정책에서 손을 떼야 하느냐”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벌어지는 다주택 고위공무원 논란과 관련 집값 안정화의 본질과 관계없이 심정적 분풀이용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집값 안정화를 위해 대출·세제·청약 등 가용할 모든 수단을 내놓고도 집값이 내려가지 않자 국민 분노를 공직사회로 향하게 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학 관련 교수는 “다주택자인 국회의원과 고위 공무원이 모두 1주택자로 전환한다고 집값이 잡히겠느냐”라며 “현재 시급한 것은 시장이 필요로 하는 대책인데 의제설정이 ‘포퓰리즘’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부동산 대책에 중대한 영향을 주며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한다.
2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 글자가 적힌 의자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실련은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처분을 주장한 것과 더불어 민간임대주택 사업자 폐지도 강하게 요구했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7·10대책에서 민간임대주택사업을 폐지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민간임대주택사업은 정부에서 세제혜택을 부여하면서까지 활성화에 나섰던 사업이었다. 금융권의 한 부동산투자자문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집값 상승의 원인을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게만 돌리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며 “민간임대사업자에게 혜택이 과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정책을 180도 뒤엎으면서 시장 혼란이 더 커졌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