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으로 변형된 생명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즉 GMO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GMO는 미국 몬산토사가 1995년 유전자변형 콩을 상품화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GMO가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예기치 않은 독성을 드러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막연하게 믿는 것처럼 GMO는 정말로 위험하고,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것일까?
신간 ‘과학의 씨앗’은 영국에서 GMO 반대운동을 이끌다가 입장을 선회해 GMO의 안전성 설파에 앞장서고 있는 영국의 과학저술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마크 라이너스가 쓴 문제의 화제작이다.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의 새로운 교양서 브랜드 ‘스누북스’에서 출간된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스누북스는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내고 독자와 깊이 있게 소통하는 교양서 발간의 필요성에 주목해 출범했다.
라이너스는 GMO 반대운동을 이끌다가 입장을 선회하기까지의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나가면서, 과학적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GMO 작물이 특별히 해롭다는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반면에 내가 찾아봤던 권위 있는 학술단체들은 모두 GMO 작물이 안전할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 그때 난 갑자기 머릿속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갇혀 있던 내 세계관이 깨져 열리는 것 같았고 그 바깥에서 내가 무엇을 찾게 될지 막막했다.”
그는 세계 주요 학술단체들이 GMO의 안전성을 보고했음에도 우리가 GMO를 여전히 불신하는 데는 확인되지 않은 위험성을 부각하는 GMO 반대운동단체들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GMO 반대운동단체들이 감성에 호소하면서 대중들이 막연한 공포심을 갖게 됐고, 환경과 인간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 회피 대상이 됐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책이 GMO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는 없겠지만, 과학에 근거해서 GMO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역자인 조형택 서울대 자연과학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이롭게 사용될 수 있도록 우리는 그 결과물들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지만, 근거 없이 괴물이라는 딱지를 붙여서 유용한 기술을 폐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2만2,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