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보험업법 개정 찬성" 돌변...삼성 겨냥 금산분리 압박

"보험사 보유株 평가, 시가 전환 문제 있다"던 금융위
수장 바뀌자 '지배구조 개편 법안' 찬성 공식화 논란
삼성 금융계열사, 전자지분 23조 통매각 불가피할듯
업계 "당국, 巨與 눈치에 입장 바꿔...연내 통과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이 삼성생명(032830)·삼성화재(000810) 등 삼성 보험계열사의 삼성전자(005930) 지분 매각을 의무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법 개정에 대한 찬성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보험사 보유주식의 평가 기준을 취득원가(장부가)에서 시가로 전환하는 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논의됐지만 당시 금융위는 보험사의 관리 비용은 물론 규제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30일 국회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보험사의) 자산을 한 회사에 몰아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8%, 20조~30조원을 보유한 것은 위법한 사항이 아니냐”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한 것으로 정부가 삼성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강제하는 법안에 찬성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금액으로만 소유할 수 있는데 이때 주식 가격은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한다. 이에 박 의원과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은 지난달 보험사의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 가치를 판단할 때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원가 기준으로 각각 5,000억원대,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각 회사 총자산 대비 0.1%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시가(29일 종가 기준)로 평가하면 삼성생명과 화재가 보유한 전자 주식 가치는 각각 29조4,368억원(9.5%), 5조2,393억원(6.2%)으로 뛰어오른다. 법이 개정되면 유예기간으로 상정한 5년(금융위 승인 시 2년 연장) 내 현재 가치 기준으로 약 23조원의 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을 겨냥한 금산분리 규제 법안이 국회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당과 시민단체는 현행 보험업법이 보험계약자의 돈으로 다른 회사를 지배하도록 허용하는 ‘삼성 특혜’라고 주장해왔다. 2014년 19대 국회 때 김기식 전 민주당 의원이 보험사의 지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했고 20대 국회에서도 이종걸 의원, 박용진 의원 등이 잇따라 유사한 법안을 내놨으나 야당의 반대에 막혀, 또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특히 20대 국회에서는 정부도 법 개정이 자칫 과잉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하며 절충안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계열사 리스크가 금융사로 전이되지 않도록 투자 한도를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은 보험계약자 수십만명, 기업 지배구조와도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또 정은보 전 부위원장도 정무위에서 보험업법 개정이 보험사 자산운용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고 대량 매물 출회로 소액주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보험사의 관리 비용은 물론 규제 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과잉 입법보다는 삼성 금융계열사의 자발적인 집중 리스크 해소 방안 마련에 무게를 실었다.

금융업계에서는 거대 여당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까지 법 개정에 힘을 실어주면서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계열사 투자를 별도로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밖에 없고 일본도 주식에 대해선 취득원가 평가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개정안은 투자한도 규제의 본질에도 어긋나고 금융시장혼란 등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반면 가시적인 편익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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