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서 또 -40% 수준의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올 초 벌어졌던 ‘마이너스 유가’ 사태 이후 DLS 투자자들이 최종 손실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특히 오는 8월부터 줄줄이 원유 DLS의 만기가 기다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미래에셋대우(006800)는 30일 ‘미래에셋대우5395호’ DLS의 만기평가 결과 최종 수익률이 -40.24%로 집계됐다고 공지했다. 지난 4월 ‘마이너스 유가’ 파동 후 두 번째로 최종 손실을 기록한 원유 DLS다. 앞서 6월 처음으로 만기를 맞았던 DLS는 최종 -48%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 손실이 난 DLS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과 브렌트유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며 2018년 8월 발행됐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각각 약 68달러와 73달러 수준일 때 팔렸다. 이에 WTI와 브렌트유의 가격이 만기 평가일인 이달 29일 각각 51달러, 54달러를 넘어야 했다. 하지만 이날 WTI 가격은 41.27달러에 그쳤고 브렌트유 종가도 43.75달러에 머물며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다음달 3일 투자자들은 원금 대비 약 절반에 그치는 자금만 돌려받게 됐다.
원유 DLS는 국제유가가 사전에 약정한 범위에 있을 때 투자자에게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만기를 맞는 동안 유가가 최초가격 대비 40~50%(녹인) 아래로 떨어지거나 만기평가 시 최초 가격 대비 약 70~80% 이하에 있으면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런 가운데 현재 발행 잔액이 남아 있는 약 1조원 규모의 원유 DLS들은 이미 손실 위험 상태에 있다. 4월20일 WTI 가격이 -37.63달러까지 떨어지는 유례없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원유 DLS는 8월부터 매달 만기를 맞는다. 당장 8월5일 1개 DLS의 만기 평가가 진행된다. 이어 NH투자증권·KB증권·대신증권·하나금융투자 등에서 발행한 DLS의 만기가 연이어 도래한다. 이번에 최종 손실 평가를 받은 DLS까지 합하면 8월 만기인 DLS는 약 80억원 규모다. 이들 DLS는 WTI 가격이 배럴당 최소 40달러 중반 이상을 넘어서야 손실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럴당 약 41달러인 현 유가(WTI 기준)보다 적어도 2~3주 안에 10% 이상은 올라가야 원금을 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는 국제유가 전망을 다소 보수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원유 수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2022년이 돼야 정상적인 원유 수요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