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쇼크'...전셋값 더 뛰고 세입자 내보낸다

서울 전셋값 57주 연속 오름세
수도권 주간 상승률 5년래 최고
"나가라" "못나가" 현장선 혼란
대단지서도 전세매물 자취 감춰


#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전용 78.5㎡(21층)는 이달 20일 15억원에 전세거래됐다. 꼭 한 달 전이던 지난 6월20일 같은 평형 같은 층 매물이 13억6,000만원에 계약된 바 있다. 정확히 한 달 만에 1억4,000만원 오른 것이다.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 전용 85㎡도 이달 초 14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해당 평형은 10억원에 거래됐다. 전세 수요가 높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중소형 아파트의 매매가도 아닌 ‘전세가’가 이른바 ‘초고가주택’의 가격 기준이 되는 15억원에 육박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임대차 3법 쇼크가 전세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대폭 올리거나 새 임차인을 찾기 위해 기존 세입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서울을 넘어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곧바로 공포해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 전셋값, 57주째 올랐다
=임대차 3법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넷째주(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0.14% 올라 전주(0.12%) 상승폭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부터 57주 연속 이어진 오름세다. 강남·송파·서초구의 아파트 전세 가격은 이번주 각각 0.24%, 0.22%, 0.18% 올랐다. 강동구는 고덕·강일·상일동 신축 위주로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0.28% 뛰었다. 성동·마포구도 직주근접 수요가 몰리며 각각 0.21%, 0.20% 상승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 상승세는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번주 수도권의 전세 상승률은 전주 대비 0.02%포인트 오른 0.18%를 기록했는데 이는 5년 전인 2015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현장에서 전하는 전세가 상승세는 무섭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힐스테이트 서울숲리버’ 전용 84.83㎡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8억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졌지만 한 달 후인 이달 11일 이보다 9,000만원 오른 8억9,000만원에 계약됐다.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88㎡도 지난달 6일까지만 해도 6억4,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지만 이달 18일에는 7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29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이호재기자



◇경험해보지 못한 전세대란=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전세시장은 대혼란이다.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전월세상한제를 우려해 직접 들어와 살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대단지조차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신축 대단지가 밀집한 강동구 고덕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단지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시장에 나온 전세 매물은 손에 꼽히는 수준”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잇따른 부동산대책으로 집주인의 보유세 부담은 높아졌지만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전세가를 직전 계약의 5% 내에서 올려야 해 집주인으로서는 굳이 전세를 낼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임대차 3법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분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31일부터 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세입자의 전세대출 만기를 연장할 때 집주인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용해 ‘전세대출 만기 연장 때 동의해주지 않아 세입자의 계약 갱신을 막겠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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