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사태·4분기 적자인데도'…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 회사 계좌 압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금호타이어(073240)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회사 운영 자금 계좌를 압류해 유동성 위기 우려가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올 1·4분기 적자에 월말 대금 결제일까지 겹쳐 자칫 심각한 경영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광주지방법원은 30일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가 임금 채권을 보전해달라면서 낸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인용했다. 금호타이어의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은 이날 회사의 운영자금 통장을 압류했다. 이에 따라 회사의 급여 및 물품대금 지급 등은 모두 중단됐다.


비정규직 노조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낸 근거는 지난 1월 광주지법에서 받아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 승소 판결이다. 재판부는 “금호타이어와 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계약 내용이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 후 노조는 임금 차액과 이자 등을 더해 204억원을 지급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금호타이어에 요구했다. 그러나 1·4분기 적자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금호타이어는 이 같은 안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사측은 “코로나19로 1·4분기 적자 전환하는 등 경영 여건이 악화했다”며 “임금 차액의 10%를 우선 지급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지난 27일 임금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회사 운영자금 계좌에 대한 압류 신청을 냈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의 부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법인 운영자금 계좌가 동결될 경우 금융거래가 막히고 신용도 역시 하락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기한이익상실(금융기관이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을 회수할 권리)로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월말 각종 어음과 채권을 결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면 비정규직 노조의 이익도 관철하기 어렵다”며 “채권 압류를 해제하고 협상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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