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모습./사진=연합뉴스
경찰개혁 핵심 과제인 자치경찰제가 이원화 모델이 아닌 일원화 모델로 변경돼 추진된다. 기존 경찰 조직과 별개로 자치경찰 조직을 따로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 조직 내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함께 근무하면서 각자 업무를 보는 형태다. 국가·자치 경찰의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하던 이원화 모델에서 경찰의 사무 및 지휘·감독 권한만 분리되는 일원화 모델로 변경됨에 따라 경찰권력 비대화를 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됐던 자치경찰제의 취지가 한 발 후퇴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를 열어 변경된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변경안의 골자는 조직을 신설하는 대신 기존 경찰관서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함께 업무를 보도록 한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내용은 기존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와 별개로 자치경찰본부를 두고 자치경찰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새로 추진되는 법안은 별도의 자치경찰 조직이 신설되는 이원화 모델과 달리, 기존 경찰 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눠 지휘·감독만 달리하는 내용이다. 경찰 조직 내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공존하면서 각자 맡은 사무를 보는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외형상 현재 경찰과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며 “근무하되 업무 영역에 따라 지휘·감독자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일원화 모델로 변경된 것은 조직 신설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고 국가·자치경찰 이원화에 따른 업무 혼선을 없애기 위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재정 투입에 대한 국민 우려가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일원화 모델에 따라 경찰 조직 내 국가경찰, 자치경찰, 수사경찰이 사무를 구분해서 수행하는 형태로 업무가 이뤄지게 된다. 자치경찰 사무는 시·도지사 소속의 독립된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수사경찰 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지휘·감독하게 된다. 국가경찰 사무는 여전히 경찰청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구체적인 업무별로 살펴보면 정보·보안·외사·경비 등은 국가경찰, 지역적인 성격이 강한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 등은 자치경찰, 수사는 수사경찰의 업무 영역에 속한다.
변경된 안에 대해서 당장 우려도 나온다. 한 경찰서 안에서 지휘체계가 여럿인데다 또 국가사무, 수사사무, 자치사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우려 사항을 잘 논의해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별도의 조직이 생기지 않으면서 그동안 일선 경찰들의 우려와는 달리 자치경찰도 지방직이 아닌 국가직 공무원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법안 상으로는 전국 경찰관 약 12만5,000명 가운데 4만3,000명이 자치경찰로 전환될 예정이었지만 새로운 방안이 마련되면서 전환 인원은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될 계획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