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빅4’ 최고경영자(CEO)들이 29일(현지시간) 일제히 반(反)독점법 위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은 삼성·LG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을 거론하며 ‘애국기업’임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4개 업체 CEO들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 청문회에 참석해 이들 기업이 경쟁을 저해했다는 의원들의 추궁을 반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청문회에는 4개 기업 CEO가 처음으로 한꺼번에 출석해 이목을 끌었다.

데이비드 시실린 반독점소위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이들은) 온라인 경제의 황제들”이라며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억압적인 계약을 강요하며 자사에 의존하는 개인·기업체로부터 소중한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빅4 경영자들은 모두 자신의 회사가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반박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우리는 사업을 벌이는 어떤 시장이나 어떤 제품 범주에서도 지배적인 점유율을 보이지 않는다”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삼성전자·LG전자 등과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우리는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엄청난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페이스북은 미국이 지향하는 가치인 민주주의, 경쟁, 언론의 자유를 신봉하는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틱톡 등 중국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규제를 추진하는 것을 겨냥해 애국주의에 호소한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월마트·코스트코 등을 거론하며 온라인 소매영업 시장이 경쟁자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시실린 위원장이 인터넷 방문자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구글이 한 인터넷사이트를 ‘끝장내자’고 결정했다는 내용의 내부 메모를 제시하자 “우리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데만 집중한다”고 항변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당적을 가리지 않고 5시간 넘게 빅4 기업들의 관행을 비판했다. 일부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IT 플랫폼들이 진보진영에 편향돼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CEO들을 향한 의원들의 어조는 대체로 적대적이었다”며 “의원들이 회사 내부 e메일이나 인터뷰를 통해 이들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부적절하게 남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