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한창인 세종시 아파트. /연합뉴스
세종 아파트값이 지난 23일 기준 전주보다 2.95% 오르며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한 주 만에 이렇게 오른 사례는 없었다. 앞서 국토부가 6·17 대책으로 대전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풍선효과로 달아오르고 있던 세종시 아파트 시장에 여당이 ‘세종 천도론’을 제시하며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지난 1월부터 지난 23일까지 세종시 아파트값은 24.94% 올라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세종시 아파트값은 2.95% 상승했다.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 한 지역에서 1주일 만에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까지 오른 적은 없었다. 신분당선 연장에 따라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권선구가 지난 2월 10일 보인 2.54%가 이전 최고 기록이었다.
급등한 가격에 세종시 또한 전용 84㎡ 기준 ‘10억 클럽’ 가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세종시 새롬동 ‘새뜸11단지 더샵힐스테이트’ 전용 84.97㎡는 지난 7일 9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반년여 전인 지난해 12월 거래(6억7,500만원)와 비교하면 2억 5,500만원 오른 가격이다. 해당 평형은 매물이 극히 적은 가운데 호가만 10억~12억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이번 주 세종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가장 큰 원인은 ‘세종시 천도론’이다. 지난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국회를 비롯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 등이 모두 이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물론 정부부처와 청와대 등도 옮겨가 행정수도가 완성돼야 최근 논란이 되는 부동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원은 “행정수도 완성기대감 등으로 매매가의 상승 폭이 확대됐다”며 “입주물량 감소와 기반시설 확충 기대감 가중되며, 세종시 전역에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6·17 대책 이후 매주 1% 가까운 급등세를 보이고 있었다. 기존 비규제지역이던 대전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이들에 몰렸던 수요가 대거 세종시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의 정책 실패와 더불어 여당 인사의 ‘발언’이 지역 아파트 가격을 급등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민은 “안 그래도 불 붙은 세종시 시장에 여당이 기름을 부었다”며 “서울 집값은 잡지도 못하고 세종 집값만 과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