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별기고] 잃어버린 성장 동력을 찾아서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생산성 높은 제조업서 고용 줄고
노동력 영세 서비스업으로 몰려
기업 채용 확대·성장성 높이려면
경직된 노동시장 유연성 키워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동력이 약해졌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지난 1960년대 이후 여러 차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성공적 수행과 그 이후의 노력은 단숨에 우리나라를 후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경제개발 모형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의 이동평균은 1990년대 중반 이후 5년에 1%포인트씩 하락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2%를 간신히 넘기는 경제성장을 했고 그것도 그나마 정부의 재정지출 덕이라는 평가가 많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큰데 비록 올해의 마이너스 성장이 일회성이라고 해도 내년 이후 과거의 성장잠재력을 되찾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성장잠재력이 사라지는 것일까. 국내 경제학자들의 최근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해 흥미로운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김 교수가 안재빈 서울대 교수와 함께 수행한 다른 연구에 의하면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노동인구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전하는 추세와 연관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생산성이 높고 서비스업은 생산성이 낮아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반대로 나타난다. 전체 노동인구가 고정돼 있는데 이중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면 제조업의 높은 생산성에 비례해 많은 소득이 창출되므로 성장률이 높고 반대의 경우에는 성장률이 낮아진다. 따라서 성장률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제조업으로부터 서비스업으로 노동력이 이동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그런데 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노동력이 이동하는지를 들여다보면 이 자명한 답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음을 발견한다.


우리나라 성장의 원동력이 과거에는 생산성 높은 제조업이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으로 인한 자본의 축적과 함께 제조업은 자동화를 추진하고 노동 투입을 줄이려 한다. 이는 노동의 비용이 자본의 비용보다 비싼 데 따른 것으로 기업들의 자연스러운 이윤추구 행위의 결과이다. 이 경향은 최근 들어 디지털화 그리고 인공지능(AI) 도입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진행에 따라 더욱 심화하고 있어 제조업의 고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정부가 이를 억지로 막을 방법은 없다.

한편 서비스업 하면 금융업 같은 고부가가치 직종도 포함하지만 우리나라의 낮은 생산성을 가진 서비스업은 영세한 음식점 같은 곳을 말한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의 연구는 왜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은지를 설명해준다. 우리나라의 소규모 음식점들은 버젓한 직장에 근무하다 여러 이유로 그만둔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창업한 영세업소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제대로 된 기술도 없이 무작정 창업을 하고 1~2년 이내에 거의 문을 닫는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매우 경직적이고 해고를 하기 어려운 곳으로 간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줄어드는 제조업으로부터의 노동력 방출은 계속될 것이다. 또 경기 순환 과정에서 해체된 기업에 근무하던 사람들은 회사가 없어졌으니 실업을 피할 방법이 없다. 마지막으로 정년이 가까운 사람들도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때가 온다. 이렇게 밀려난 사람들은 다시 고용되기 어려우니 울며 겨자 먹기로 기술도 없이 소규모 창업을 하지만 결과가 좋을 리 없다.

한번 고용을 하면 해고가 어려우니 회사들은 고용에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다. 실업자가 눈높이를 낮추더라도 다시 직장을 얻기 어렵다. 이것은 기업의 관점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사람을 고용하는 데 조심하다 보니 성장하려고 하더라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 경제성장 동력을 되찾기 위한 방법은 결국 사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조업에서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기술의 진전과 더불어 불가피한 현상이다. 문제는 제조업에서 방출되는 노동력을 생산성이 높은 기업으로 다시 재배치하는 것이다. 제조업 부문이 더욱 확장되는 것은 어려워 보이니 서비스업을 생산성이 높은 형태로 만드는 것이 대안인데 이를 위해서는 영세업소가 아닌 어느 정도 규모의 기업을 육성하고 이들이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너무 조심스러워 하지 않도록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