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연합뉴스
대만에서 처음으로 직선제를 통해 당선된 리덩후이(사진) 전 총통이 별세했다. 향년 97세.
30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타이베이 롱민쭝병원은 리 전 총통이 이날 오후 숨졌다고 밝혔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최근 병원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고령인 리 전 총통이 장기간 건강이 불안정한 상태였는데 최근 병세가 더 악화했다고 전한 바 있다.
리덩후이는 장제스(1887∼1975)의 아들인 장징궈(1910∼1988)에 이어 지난 1988년부터 2000년까지 대만 총통을 지냈다. 총통 재임 시절 국민당 독재를 끝내고 내부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뚫고 다당제와 총통 직선제를 도입해 ‘대만의 미스터 민주주의(Mr Democracy)’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989년 중국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긴급성명을 내고 “중국공산당이 택한 비인간적인 행동은 장차 반드시 역사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1996년 직선제 방식으로 처음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승리해 대만 국민이 직접 뽑은 첫 총통이 됐다. 리덩후이는 총통 재임 시절 당시 학자이던 차이잉원 현 총통에게 비밀리에 양안관계 재정립 프로젝트를 맡겨 그를 정계로 이끌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쩡원후이 여사와 두 딸 등이 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