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GDP 악재'에도 흔들...美 증시 확실히 버블"

[창간60주년 해외 특별인터뷰]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 크루그먼 교수가 보는 증시
국채금리 0.5%대...투자할곳 없고
기술주 '글로벌 실적' 반영 측면도
성장률發 주가 하락은 불안감 표현


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연환산 기준 -32.9%라고 밝혔다. 관련 통계가 나온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와 투자·수출 등 모든 측면에서 추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망치 -34.7%보다는 다소 나았지만 경기가 역대 최악이라는 것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소식에 미 증시가 흔들렸다. 이날 기술주의 선전에 나스닥은 상승 마감했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미 증시 전반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각각 0.85%, 0.38% 내렸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를 두고 “투자자들이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진단했다. 2·4분기 미국 GDP가 최악을 기록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이 때문에 주요 증시가 떨어졌다는 것은 증시 버블론을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라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지나간 수치는 의미가 없으며 기업 실적전망처럼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더 중시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GDP가 나쁘다는 소식에 주가가 내려갔다고 한다”며 “모든 사람이 2·4분기 GDP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람들이 준비가 안 돼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 증시에 확실히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게 크루그먼 교수의 해석이다.

다만 그도 언제 버블이 터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1990년대의 버블은 기억에 뚜렷할 만큼 오래 지속됐지만 (당시에) 거품이 명백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에도 이것이 언제 사라질지 알기는 어려웠다”며 “이는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주택 버블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이 시점에서 누가 이를 알 수 있겠는가”라며 “붕괴의 방아쇠(트리거)는 하늘만 알 것”이라고 말했다. 버블은 언젠가는 터지지만 당분간은 현 상황이 유지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 크루그먼 교수는 지금의 주가 상승폭은 과도하지만 어느 정도 타당한 측면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 증시에 대해 △투자처 미비 △대형 기술 기업의 해외실적 △일반인들의 투자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0.5~0.6%를 오르내리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또 애플 같은 대형 기술주의 경우 미국 경제뿐 아니라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다른 국가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많은 미국 기업이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사업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며 “이들의 주가는 미국 경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본격적인 확산에 시장이 붕괴하자 연준이 개입해 주가가 살아난 것도 투자심리를 부추긴다는 게 크루그먼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주식시장이 회복하면서 많은 이들이 증시 상승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나도 끼어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증시를 계속 띄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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