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LG화학(051910)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를 달성한 것은 지난 2018년 4·4분기 반짝 흑자 이후 6분기 만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의 투자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8년 말 이후 첫 대규모 흑자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은 올 2·4분기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구조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LG화학은 전지 부문에서 매출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31일 밝혔다. 적자에 머물던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6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장승세 LG화학 전지사업본부 경영총괄 전무는 이날 2·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유럽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신규 모델 출시 등에 따라 전지사업 부문에서 연 매출 13조원 달성이 가능하다”며 “2·4분기부터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 친환경 정책에 따라 유럽 전기차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폴란드 배터리 공장의 수율을 정상화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발 폴란드향 배터리 수출액은 지난해 12월보다 82% 하락한 120억원이었다. 조 연구원은 “LG화학의 유럽 배터리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도 4%까지 떨어졌다”면서 “이는 2·4분기부터 LG화학 폴란드 공장의 수율이 빠르게 개선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1998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뒤 투자를 지속해온 LG화학은 올 2·4분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20여년 투자의 결실을 보고 본격적인 이익 창출을 시작하는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2000년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R&D)에 착수한 LG화학은 매년 투자를 늘려 지난해 시설투자에만 4조원 이상을 썼다. 연말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100GWh로 늘리겠다는 증설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현재 150조원 이상의 수주잔액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미국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유럽 폭스바겐·르노·볼보·아우디·다임러·재규어·포르셰 등이 모두 LG화학의 고객이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흑자 폭이 확대돼 연간 흑자는 물론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로 이익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며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테슬라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LG화학 전지사업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LG화학이 테슬라에 공급하는 원통형 전지는 전기차 배터리가 아닌 소형전지로 분류된다. 장 전무는 “원통형 전지를 탑재한 전기차 수요가 계속 늘고 있고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전기 오토바이 등 LEV(Light Electric Vehicle)용 소형전지시장도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전지시장 확대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요 증가로 LG화학은 오는 2024년 배터리 분야에서만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