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5A013 아시아나항공자본잠식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빅딜’인 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이 결국 소송전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이미 지급한 2,8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및 이행보증금의 향방도 소송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이번주 중 최종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HDC현산이 지난 7월26일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구하자 금호산업(002990)은 이에 맞서 계약해제 및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7월29일에 보냈다. 산은의 발표에는 이 같은 금호산업과 HDC현산의 책임공방에 마침표를 찍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해제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느냐가 핵심이다.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주식매매계약서(SPA)로 확약한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계약 체결 이후 급격히 악화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을 두고 금호산업 측이 신뢰할 수 없는 재무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659.5%였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1·4분기 기준 6,278.9%까지 치솟았다. 자본잠식도 악화해 2·4분기에 완전 자본잠식의 문턱까지 다가섰다가 산은이 영구채 3,000억원을 인수하며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HDC현산이 재실사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해야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금호산업 측은 계약무산의 책임이 HDC현산에 있다고 주장한다. HDC현산의 인수준비위원회 실사검증 업무에 충실히 협조했는데 되레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책임소재에 따라 이미 지급된 계약금 등의 운명도 결정된다. HDC현산은 구주인수 대금 3,228억원의 10%인 계약금(323억원)을 금호산업에 이미 지급했다. 계약이 무산될 경우 지불해야 할 위약금은 전체 매각대금 2조5,000억원의 10%인 2,500억원 가량. 책임 공방의 승패에 따라 2,200억원 가량을 추가로 지불해야할 가능성이 있다.
IB 업계는 HDC현산이 최소한 돈을 일정 부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대우조선해양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에서 한화의 손을 들어준 것을 준거로 삼았다.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6조3,002억원에 인수하기로 산은과 업무협약(MOU)을 맺었지만 인수를 포기한 뒤 소송전을 벌였다. 법원은 2018년 1·2심을 뒤집고 산은 등에 이행보증금 3,150억원 중 1,260억원에 지연이자를 더해 지급하라고 결론을 냈다.
더욱이 금호산업은 HDC현산에 몰취를 예고했지만 주식매매계약서에는 계약 해제 시 금호산업이 이를 몰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뚜렷한 조항도 없다는 게 IB 업계의 설명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