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확대·기술우위 확보...K배터리 3사, 후발사 추격 따돌린다

LG·삼성·SK 대규모 증설 계획
4대 핵심소재 등 경쟁력도 강화
부채 급증 여파로 신용등급 하락
향후 설비 투자여력 떨어질수도


지난달 31일 LG화학(051910)이 전기차 부문에서 분기 흑자를 기록하며 ‘전기차 배터리 거품론’을 단박에 잠재웠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 흑자는 지난 2018년 4·4분기 이후 1년 반 만인데다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흑자 전환을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K배터리 3사의 대규모 증설 및 기술 고도화 노력의 성과로 분석한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SK이노베이션(096770)·삼성SDI(006400) 등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여전히 손실을 기록 중인데다 지금까지 투자한 막대한 비용을 회수하기까지는 아직 멀기 때문이다.


K배터리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략은 ‘점유율 확대’와 ‘기술우위 확보’로 요약된다. 우선 대규모 투자로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릴 계획이다. 증권사들의 예측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0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오는 2022년까지 생산 규모를 170GWh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SDI(30GWh→65GWh)와 SK이노베이션(23GWh→66GWh) 또한 같은 기간 대규모 증설에 나선다. CATL의 연간 배터리 생산 규모가 미중 무역분쟁으로 올해 91GWh에서 2022년에는 106GWh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돼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국내 업체에는 분명한 기회다.

여기다 배터리의 4대 핵심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LG화학은 배터리 밀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리튬황(Li-S) 배터리’ 개발에 애쓰고 있다. LG화학은 양극재 내재화율이 K배터리 3사 중 가장 높은데다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한 ‘안정성강화분리막(SRS)’과 같은 기술 및 대규모 양산 노하우로 올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할 방침이다. 삼성SDI는 2027년께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전고체 배터리’를 내놓아 시장 판도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삼성 그룹사 특유의 탄탄한 공급사슬망(SCM)을 갖춘데다 탄력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 향후 수익성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음극재 원료를 흑연이 아닌 리튬 메탈로 제작한 ‘리튬 메탈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내년에는 기존 배터리 대비 밀도를 높인 NCM 9½½ 배터리를 내놓을 계획이다.

문제는 K배터리 업체들의 향후 투자 여력이다. 올 들어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몇 년간의 공격적 투자로 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실제 올 1·4분기 기준 LG화학의 부채 규모는 19조7,050억원으로 2018년 말(11조6,220억원)과 비교해 15개월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의 올 1·4분기 부채는 22조1,665억원으로 2018년(16조6,791억원) 대비 대폭 늘었으며 올 상반기 영업손실만 2조2,149억원에 달한다. 이들의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지 못하면 추가 설비투자가 더딜 수 있어 향후 ‘치킨게임’이 진행될 경우 승기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