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한국형 ‘유니버설 뱅크’를 표방해온 KB금융이 빨라지는 비대면화 흐름에도 자산관리(WM) 복합점포 늘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WM 복합점포는 여·수신 업무는 물론 신탁, 증권과 자산관리, 기업금융 서비스까지 한번에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비효율 점포 축소가 금융사들의 공통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도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수요는 물론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하는 윤종규 회장의 전략이 ‘국내 최대 복합점포망’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달 말 기준 전국에 총 73곳의 WM 복합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KB금융은 올해 들어서만 서울·인천에 복합점포 4곳을 새로 열었다. KB금융은 올해 말까지 전국에 5곳을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7곳)보다 올해 신규 오픈하는 점포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KB금융의 복합점포는 업계 최다인 총 78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상업은행 기능까지 하는 기업투자금융(CIB) 복합점포 9곳도 포함하면 KB금융은 총 87곳의 복합점포망을 보유하게 된다.
‘언택트’가 초미의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서도 KB금융이 복합점포를 오히려 늘리고 있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한국형 유니버설 뱅크를 만들겠다”는 윤종규 회장의 장기 목표에 따라서다. 윤 회장은 2016년 당시 현대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를 모델로 KB금융을 유니버설 뱅크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뒤 복합점포 커버리지 확대를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예대마진 중심의 은행업 수익성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이자이익 비중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실제 미국의 상업은행인 BoA는 2008년 미국 최대 증권사 메릴린치를 인수한 후 WM과 투자은행(IB) 수익비중을 두 배 넘게 끌어올렸다.
초저금리로 비전문가가 운용할 수 있는 투자 선택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양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고객의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서도 복합점포는 필수적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의 경쟁력도 대면 채널의 기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복합점포는 맞춤형 고객 만족도 제고는 물론 계열사 거래 고객에 대한 그룹 차원의 록인(lock-in) 기능, 대면 채널 효율성 확대 등 그룹 대면 서비스의 핵심 역량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WM사업 강화와 복합점포 확대는 금융사들의 공통 과제다. 신한은행은 최근 프라이빗 뱅킹과 IB를 합친 신한PWM PIB센터 2호점을 개점했고 하나은행은 신탁을 기본으로 부동산·주식 등 다양한 실물재산을 포괄하는 통합 자산관리 플랫폼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를 신설해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