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인카드 사용내역도 금융실명법상 비밀보장 대상”

전직 건국대 노조위원장, 총장-이사장 관계 캐려
카드사 콜센터 통해 법인카드 사용내역 받아 열람
재판부 "카드거래는 채무 상환관계…금융정보 해당"

신용카드로 온라인상에서 결제하는 모습. (사진은 본 사건과 관계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신용카드 거래 내역도 금융실명법상 비밀보장 대상이기 때문에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 및 법인의 사용내역을 받았다면 현행법 위반으로 유죄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홍모 전 건국대 노조위원장의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금융실명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 등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원심은 홍씨의 명예훼손 혐의만 인정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홍씨는 지난 2013년 4월 신한카드 콜센터를 통해 김모 전 건대 총장과 김모 전 학교법인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명세서를 요청해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2013년에 건대에 대한 특별감사를 청구하며 김모 전 학교법인 이사장이 김모 전 건대 총장과 부적절한 관계에 기인해 각종 비리행위를 비호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구하기로 하고, 신한카드 콜센터에 법인카드번호와 사업자등록번호를말한 뒤 이메일로 내역서를 받았다. 홍씨는 그리고 김 전 총장과 김 전 이사장이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허위사실을 이메일 등으로 유포했다. 거기에 법인카드를 두 사람의 골프장 출입과 해외여행 등에 썼다는 주장을 곁들였다.

대법원은 신용카드 사용내역이 금융실명법상 비밀보장 대상인 전자금융거래 정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용카드 거래 과정서 카드사와 가맹점, 카드사와 회원 간 예금이나 금전으로 상환이 이뤄지거나 예금이나 금전의 수입이 발생한다”며 “금융실명법에서 정한 ‘금융거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신용카드 사용내역이나 승인내역도 금융실명법상 비밀보장 대상인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라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앞서 1심과 2심 모두 홍씨의 명예훼손 혐의는 유죄 판결했다. 다만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열람한 혐의에 대해서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홍씨가 사용내역을 받을 권한이 없으니 유죄로 봤지만 2심은 카드 사용·승인 내역 정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비밀 보장 대상인 전자금융 거래 정보라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한편 대법원은 홍씨와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교수협의회장, 장모 전 동문교수협의회장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 사람은 김 전 이사장과 김 전 총장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일부 인정됐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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