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사 10곳 가운데 6곳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이익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에선 기계·자동차·화학 등 제조업 전반에서 기대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표되면서 기술주나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깜짝 실적이 나오고 있는 미국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어닝 서프라이즈’의 공통점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당초 이익 기대치를 크게 낮춘 탓이고 이익 절대치 역시 지난해 보다 저조해 섣부른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2일 서울경제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하나금융투자를 통해 올해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97곳의 실적 데이터를 받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 중 증권가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보다 더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64곳으로 전체의 59.8% 수준이었다. 이들 기업의 지난 4~6월 평균 잠정 영업이익도 2,015억원으로 컨센서스 평균인 1,839억원보다 9.55% 높았다.
올해 2·4분기엔 미국·유럽의 봉쇄조치로 인해 국내 경기민감 업종의 코로나19발 실적 악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기업들, 특히 기계·자동차 등 경기민감 제조업 전반에서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두드러지고 있다.
가령 올해 2·4분기 51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일렉트릭(267260)은 원래 전망치에 비해 257.4% 높은 183억원을 영업이익으로 공시했다. 조선업체 한국조선해양은 컨센서스보다 55.9% 높은 929억원을, LG화학(051910)은 전망치를 39.3% 웃도는 5,716억원을 영업이익으로 거둬 들였다. 비록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52.3% 줄어들긴 했지만 현대차(005380) 역시 기존 전망에 비해 85% 높은 5,903억원을 2·4분기 잠정 영업이익으로 발표했다
증권가에선 국내 제조업체 실적이 예상을 웃도는 배경으로 코로나19 당시 애널리스트들이 보수적으로 전망치를 제시했다는 점과 기업들이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이 꼽힌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해 각 기업의 실적 추정치를 세게 낮췄는데 기업 단위에서 원가절감 등 여러모로 방어를 잘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예상’보다는 기업들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진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도 ‘깜짝 실적’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상장기업 중 증권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주당순이익(EPS)을 발표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82.7% 수준이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4분기 실적 발표가 중반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실적 모두 예상치를 뛰어넘은 기업이 반을 넘었다”며 “우리나라 역시 과반수의 기업이 예상보다 높은 매출·영업이익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선 기술주와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깜짝 실적이 부각되고 있다. 가령 애플은 시장 전망 대비 18% 높은 EPS를, 반도체 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츠는 컨센서스의 67.6%를 웃도는 EPS를 발표했다. IB 중에선 모건스탠리가 EPS 기준으로 전망치를 82.2%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았으며 골드만삭스도 EPS 예상치를 82.2% 웃돌았다.
그러나 이 같은 ‘깜짝 실적’이 곧 ‘실제 이익 성장’을 의미하진 않는다. 실제로 이번에 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사 97개사의 평균 잠정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분기(2,410억원)에 비해 16.4% 낮다. 이 연구원은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여전히 실적이 좋지 않다”며 “올해 하반기나 내년 실적 추이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