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곤 NH투자증권 ECM본부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SK바이오팜 청약 낙수효과는 이미 끝났다“라며 ”공모주 옥석가리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성형주기자
수요예측 경쟁률 835대1, 청약증거금 31조원으로 국내 기업공개(IPO) 새역사를 쓴 SK바이오팜. 상장 한 달이 지난 지금 시가총액 14조원대 바이오 회사로 우뚝 섰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4월과 7월, 두 차례 공모를 위한 해외기관대상 투자설명회(NDR)를 열었지만 기대 만큼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상장을 미룰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이때 상장대표주관사 NH투자증권(005940)은 국내 기관 NDR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국내 기관투자자의 반응은 해외와 달랐다. 여기에 SK의 보수적인 공모가 산정까지 더해지면서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김중곤 NH투자증권 ECM본부장(사진)은 “지난해 8월 국민연금을 포함한 5개 국내 기관투자자 NDR 이후 IPO 흥행을 자신했다”며 “해외에서 (공모에) 1주도 안들어와도 목표한 9,593억원의 공모자금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상장을 앞두고 국내 NDR을 진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사전 공모행위로 제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SK바이오팜에 투자 설명자료에서 사전 공모행위가 될 만한 내용을 제외하고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만나볼 것을 제안했다.
이 같은 전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자 빛을 발했다. 해외 투자자 미팅이 어렵지만 국내 기관들의 투자심리를 확인한 만큼 계획대로 상장을 추진할 수 있었다. 김 본부장은 “증권신고서를 5월에 제출했는데 코로나19로 이를 늦추자는 주관사단 의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메이저 자산운용사들의 높은 평가에 (해외 기관 없이도) 무조건 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SK바이오팜이 복수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인점, 후보 물질 개발부터 시판허가, 마케팅 역량까지 확보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6월 기관투자자들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는 뜨거웠다. 경쟁률이 835대1에 달했고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를 확약한 수량도 81.15%에 달했다. 하지만 SK바이오팜 측은 공모가 및 공모물량을 늘리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SK 측에 공모가를 6만원 수준으로 올리고 공모물량도 20% 늘리는 옵션이 가능하다고 알렸지만, SK가 몇천억원을 더 조달하기보다 시장과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수적 공모가 산정은 청약 열기로 이어졌다. 1,919억원이 배정된 일반 투자자 청약에 증거금만 31조원이 몰린 것. 이는 다른 공모주에 대한 낙수효과로 이어졌다. SK바이오팜 이후 공모에 돌입한 회사들의 청약 경쟁률은 1,000대1을 훌쩍 넘겼다. 공모주 투자는 SK바이오팜 이전과 이후로 시장이 구분된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김 본부장은 이 같은 현상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이미 (낙수효과는) 끝났다. 일부 회사들의 공모가는 밴드 하단에서 결정됐다”며 “시장은 어리석지 않고 (투자수요)변동성 역시 크다”고 전했다.
이달부터 개별 기업의 매력도에 따라 투자하는 옥석 가리기가 심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IPO 추진기업과 상장 리츠가 쏟아지면서 공모주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질 수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정부 정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공유경제, 4차산업, 바이오 분야 기업들이 하반기 인기를 얻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SK바이오팜에 이어 하반기 IPO 대어로 꼽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작업도 하고 있다. 5월 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로 이르면 하반기 공모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은 빅히트가 기존 엔터테인먼트회사들과 성격이 다르다고 단언했다. 그는 “빅히트는 지적재산권(IP)과 플랫폼 개발 능력을 모두 보유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걸출한 아티스트를 보유 중일 뿐 더러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확보할 것으로 봤다. 또한 “기존 엔터 회사들이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성과를 거둔 반면 빅히트는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성과를 낸 점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이 대형사지만 스팩 상장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스팩 17호 상장을 진행 중이며 안지오랩·아이비김영 등의 스팩 합병을 돕고 있다. 김 본부장은 “대형사라고 큰 회사(상장)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대단한 오해”라며 “대기업에 비해 중·소형기업 상장추진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규모와 관계없이 발행사·투자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