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한국 남성 국제결혼 장려하는 한국 정부…외국인 신부는 살해당했다”

29세 베트남 아내·50대 한국 남편
남편, 10개월만 칼로 10차례 찔러 아내 살해
지방정부, 국제결혼 장려 위해 보조금 지급

지난 2006년 동남아에서 충남 홍성으로 시집와 생활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자신들을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매매혼을 부추기는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플래카드를 철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보조금 등을 통해 한국 남성들의 국제결혼을 장려하는 가운데 외국인 신부들이 한국인 남편에 의해 폭력이나 살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CNN은 ‘한국 당국은 남성들에게 외국 여성과 결혼하도록 장려한다. 하지만 그들의 신부는 종종 학대 피해자가 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29세 베트남 여성과 50대인 한국인 남편의 사례를 소개했다. CNN은 이 기사를 홈페이지 메인에 걸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11월, 만난 지 하루 뒤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이 끝난 뒤 남편은 한국으로 돌아갔고 이들은 메신저 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연락하는 과정에서 아내가 종종 재정적인 지원을 요청하면서 다툼이 있었다. 결혼식으로부터 7개월 뒤인 2018년 8월 아내는 한국으로 건너왔고, 경기도 양주에서 남편과 함께 살았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순탄하지 못했다. 한국어를 할 수 없었던 아내와 베트남어를 할 수 없었던 남편 사이의 언어장벽에서부터 재정적인 문제 등이 끊이지 않았다. 3개월 뒤인 11월, 아내가 남편에게 친척과 다른 도시에서 살겠다고 말하면서 언쟁이 일어났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남편은 아내를 말리려고 했으나 아내는 칼로 남편의 허벅지를 찔렀고, 남편은 이 칼로 아내의 가슴과 배를 약 10회 찔렀다. 남편은 아내의 시신을 비닐에 싼 뒤 집에서 200㎞ 이상 떨어진 전북 완주군의 과수원에 묻었다. 지난 4월 남편은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CNN은 지방정부가 국제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1980년대 지방정부가 미혼 시골 남성에게 외국인 여성을 소개해주는 민간 결혼 브로커에게 결혼 1건당 약 400만~6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도 전라남도가 35세 이상 미혼 남성에 5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2017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결혼 중개업소 이용자의 평균 연령은 43.6세인데, 외국인 신부의 평균 연령은 25.2세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CNN은 국제결혼에 대해 상반되는 시선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베트남 여성들이 결혼을 강요당해 한국 등의 국가로 인신매매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외국인 신부들이 대개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한국에 오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매체는 지난 2010년 캄보디아 정부가 일시적으로 한국인과의 결혼을 금지했으며, 베트남 정부도 한국 정부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 2014년부터 외국인 배우자들이 비자를 받기 위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며, 오는 10월부터는 폭력 등의 전과가 있을 경우 외국인 신부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한다고 전했다. 다만 매체는 사망한 베트남 여성이 남편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어떻게 이를 회피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한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CNN은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신부와 한국인 남편 간의 관계가 평등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민법에 따르면 외국인 신부가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정폭력을 당하더라도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CNN은 전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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