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냉면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곁들여진 식초의 신맛이다. 냉면에 식초를 첨가하는 이유는 식초의 살균력이 여름철에 기승을 부리는 음식물 속 식중독균을 쫓고 입맛을 돋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초는 강한 산성이어서 치아를 부식시킬 수 있다. 여름 음식 중 식초가 많이 첨가된 오이·미역 냉국도 마찬가지다.
구강 내 산도가 pH 5.5 이하로 떨어지면 치아 겉면(법랑질)이 부식되면서 치아 칼슘이 빠져나와 충치가 발생하기 쉬워진다. 냉면에 첨가하는 일반 식초의 산성도는 평균 pH 3.3의 강산성이다. 입 안의 침이 산성도를 옅게 만들지만 강산성 음식을 자주 먹으면 침의 희석 기능이 떨어져 치아에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물냉면을 자주 먹는다면 육수에 식초 한두 방울 정도만 첨가해 먹는 게 좋다. 식초 양을 줄이면 치아 속 칼슘을 보호할 수 있다.
쫄깃한 냉면을 꼭꼭 씹지 않고 후루룩 넘기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음식물을 씹는 저작활동을 하지 않을수록 치아는 퇴화한다. 음식물을 꼭꼭 씹으면 침이 분비돼 소화를 도울 뿐만 아니라 구강 내 청결을 유지하고 유해 세균을 억제해준다. 잘 씹지 않으면 침 분비가 줄어 충치 발생 위험이 커진다. 냉면을 먹을 때 20회 이상 씹고 절인 무나 김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반찬을 함께 먹으면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된다.
고광욱 대표원장
냉면의 얼린 육수를 마실 때 이가 시린 성인이 적지 않다. 약간 시린 정도가 아니라 참을 수 없을 만큼 시리거나 욱신거린다면 이미 충치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차가운 육수는 통증을 동반한 시린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평소 이가 자주 시리다면 차가운 냉면 육수를 한꺼번에 많이 마시지 말고 냉면을 먹은 뒤 커피 대신 맹물로 입 속을 헹궈내 산도를 낮추고 최대한 빨리 양치질을 한다.
더위를 식히겠다고 냉면 육수 속 얼음을 깨물어 먹는다면 치아에 미세한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치아에 이런 미세 균열이 많아지면 외부 충격에 쉽게 부서진다. 균열이 많아진 치아는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견디지 못할 만큼 약해진다. 여름에 뜨거운 보양식을 먹으면서 찬물로 입 안 열기를 식히는 사람도 많은데 이런 행동은 치아 법랑질의 과도한 팽창과 수축을 일으키며 균열된 치아 틈을 더 벌려놓는다. 여름철에는 구강질환 발병이 잦은 만큼 치과를 방문해 스케일링과 구강검진을 받는 게 좋다. /고광욱 파주유디치과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