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위대한 개츠비’에는 주인공이 사교 클럽에서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모임을 가지고 각종 투자 정보와 정치권 소식 등을 교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1920년대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급 호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실제 100여년 전에는 호텔이 부자들의 사교 장소로 큰 역할을 했죠. 부유층들이 그런 목적으로 호텔을 짓기도 했고요. 맨해튼의 유서 깊은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도 초창기 뉴욕 부유층의 사교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일본 호텔 시장에서는 글로벌 사모펀드 회사 두 곳이 일본 호텔 체인 ‘유니조’를 인수하기 위해 혈투를 벌였습니다. 블랙스톤과 론스타가 유니조 인수를 위해 수개월에 걸쳐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론스타가 결국 블랙스톤을 이겼습니다. 론스타는 유니조 홀딩스 지분 86.6%를 19억달러에 인수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니조가 고리타분할 정도로 고전적인 호텔 운영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입니다.
유니조 호텔
사실 블랙스톤이 유니조 인수에 뛰어들었을 당시 호텔업계 일각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힐튼 호텔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던 블랙스톤이 왜 하필 유니조에 투자를 하냐는 반응도 있었죠. 메리어트, 하얏트 호텔 등 대형 호텔 체인들이 최근 시장의 큰 트렌드였던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반면 유니조는 전통적인 호텔 운영 방식을 고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역시 블랙스톤은 다 큰 그림이 있었구나’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블랙스톤이라고 해도 코로나19를 예상하지는 못했을텐데 말이죠.
유니조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블랙스톤의 속내까지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코로나19 이후 호텔들의 운영 방식이 최근 트렌드와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유행처럼 번졌던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美 호텔리어 안드레 발라즈, LA 샤토 마몬토 호텔을 프라이빗 클럽으로 전환
여기 그러한 예가 있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부동산 디벨로퍼이자 호텔리어 안드레 발라즈가 호텔을 프라이빗 클럽(private club)으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발라즈는 로스앤젤레스(LA)의 샤토 마몬토, 뉴욕의 머서 호텔, 런던의 칠턴 파이어하우스 등 유명한 호텔들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호텔들을 연간 회비를 내는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클럽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합니다.
LA에 위치한 샤토 마몬토 호텔
뿐만 아니라 발라즈는 회원들에게 호텔 포트폴리오 지분의 일부를 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발라즈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3년 전부터 이 같은 구상을 하고 있었으며, 코로나19로 더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는 서로 간의 친근감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게 됐다”고 호텔을 프라이빗 클럽으로 전환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발라즈는 우선 올해 말까지 LA에 위치한 샤토 마몬토를 프라이빗 클럽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또 사람들의 반응이 긍정적일 경우 향후 다른 호텔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입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